세계일보 2016-11-22 21:23:02
신윤복 ‘유곽쟁웅’(遊廓爭雄)
사내들이 기생집(유곽)에서 싸움질하는 모습을 담은 신윤복의 ‘유곽쟁웅(遊廓爭雄)’은 오늘날의 술집 풍경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갓이 망가져 땅에 뒹굴고 웃통 벗은 모습이 주먹다짐이 오갔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림 제목처럼 유곽에서 사내다움을 다투는 모습이다. 술자리에 여인이 끼면 싸움판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말리는 사람과 웃통을 벗어젖히고 으름장을 놓는 모습은 낯설지가 않다.
웃통을 벗어젖힌 사내는 말리는 사람이 있으니 한 번 더 호기를 부려보려는 듯한 모습이다. 상대는 떼어 말려져 분한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옷고름이 매만져 있는 상태다. 이런 판의 싸움에서는 말릴 때 못 이기는 체하는 것이 상책임을 받아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사내들의 객기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다. 요즘 대통령 발 싸움엔 그런 객기마저 사라졌다. 젊은 날 시인 괴테는 푸른색이 감도는 아름다운 안락의자 하나를 구입했다. 그런데 괴테는 단 한 번도 이 의자에 앉지는 않았다고 전해진다. 생전에 지인들이 그 연유를 묻자 괴테는 “안락의자에 앉는 순간 안락함에 안주할까 두려워 평생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의자에 계속해서 앉아 있겠다는 대통령과 그 자리에 어떻게 해서든 앉아 보겠다는 사람들의 싸움이 본격화됐다. 이 같은 싸움판에선 누군가가 말리면 못 이기는 척 져주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다. 그래야 상대도 옷매무새를 만지고 분을 삼키게 된다. 말리는 국민에게도 싸움을 건다면 상황은 아수라장이다. 국민은 불행한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웃통을 벗어젖힌 사내는 말리는 사람이 있으니 한 번 더 호기를 부려보려는 듯한 모습이다. 상대는 떼어 말려져 분한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옷고름이 매만져 있는 상태다. 이런 판의 싸움에서는 말릴 때 못 이기는 체하는 것이 상책임을 받아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35.6×28.2㎝, 간송미술관) |
의자에 계속해서 앉아 있겠다는 대통령과 그 자리에 어떻게 해서든 앉아 보겠다는 사람들의 싸움이 본격화됐다. 이 같은 싸움판에선 누군가가 말리면 못 이기는 척 져주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다. 그래야 상대도 옷매무새를 만지고 분을 삼키게 된다. 말리는 국민에게도 싸움을 건다면 상황은 아수라장이다. 국민은 불행한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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