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불행한 말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정당이 정권을 잡든 대통령의 끝은 하나같이 비극으로 보였다. 물론 부패의 주동자나 스케일은 대통령마다 다 달랐다. 하지만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은 닮은꼴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인물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도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혹시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구조는 여전한데, 우리는 이번에 뽑은 대통령만은 부디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다 한국인』의 저자 허태균 교수의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나쁜 일이 발생했을 때 그 문제에 책임 소재가 있는 “나쁜 놈을 찾아라!”라는 식으로 문제에 접근한다고 한다. 세월호 사고 때를 보면 선장을 먼저 징벌하고, 해경을 해체하고, 청해진해운의 유병언과 그 가족의 죄를 묻는 방향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즉 문제의 원인을 사람으로 귀결시키지,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노력은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면 안타깝게도 비슷한 사건이나 사고가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시스템은 그대로이고 사람만 바꾼다면 문제는 해결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우리는 불의에 대한 심판은 잘하는 데 비해 구조에 대한 개혁은 끈질기게 이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죄를 지은 사람들을 어느 정도 심판하고 나면 개혁의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기업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진다고 들었다. 기업 안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엄청난 돈을 들여 문제 발생 원인과 구조적인 개혁 방안을 외부 컨설팅 회사로부터 들어도 그 조언을 실무자들이 실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을 변화시키는 것은 힘을 가진 몇몇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정교하게 만들어진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잘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