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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알퍼의 한국 일기] 마늘과 감자, 한국과 영국의 소울 푸드

바람아님 2016. 11. 29. 07:42

( 2016.11.29 03:05 팀 알퍼 칼럼니스트)


한국은 마늘의 메카… 1인당 소비량 전 세계 최고일 것

영국인은 감자에 집착… 끼니마다 먹으며 안정 찾아

마늘과 감자는 가슴으로 전달… 열정 일깨우고 영혼 어루만져


팀 알퍼 칼럼니스트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먹어본 적 있는가? 

아직 못 먹어본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것은 올리브 기름과 고추, 마늘을 넣어 만든 

아주 간단한 파스타 요리다. 나는 한국에서 먹는 이탈리아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알리오 올리오만은 꼭 한국에서 맛볼 것을 추천한다.


이탈리아에서 이 음식을 주문하면 큰 실망을 하게 될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이탈리아인들은 4~6인분의 파스타를 만드는 데 마늘을 고작 두 쪽 정도 사용한다. 

한 접시에 많아야 마늘 반쪽이 들어가는 셈이다. 

반면 한국에서 먹는 알리오 올리오에는 파스타만큼이나 많은 양의 마늘이 들어 있다. 

이탈리아에서 파스타 만드는 방법을 잠깐 살펴보자. 먼저 기름에 마늘 한 쪽을 넣어 삼분 정도 볶은 뒤 마늘을 제거한 기름에 

파스타를 요리한다. 솔직히 파스타에 마늘이 들어갔는지도 알아채기 어렵다.


나는 입에서 마늘 냄새가 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라, 영국 출신이다. 

내 유년 시절, 치과 의사인 아버지는 평일에는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피하셨다. 환자 입을 들여다보며 마늘 냄새로 

그들을 불쾌하게 할까 걱정하셨기 때문이다. 연인들은 데이트 전날부터 마늘을 멀리하고 직장인들도 중요한 미팅 전날엔 

마늘을 피한다. 영국인들은 프랑스인들―이탈리아인들만큼 적은 양의 마늘을 쓴다―을 '마늘 중독자'라 부르는데 사실 프랑스 

사람들은 요리하기 전에 마늘의 강한 맛을 줄이기 위해 마늘 안에 들어 있는 녹색 줄기를 제거하는데도 그렇게 부른다.


마늘의 메카는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이다. 한국은 지구 상에서 1인당 마늘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다. 

런던에 살던 시절, 한국 친구들이 닭볶음탕을 만드는 것을 처음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 친구가 마늘을 까는 임무를 부여받았는데 다섯 사람 먹을 음식에 쓴다며 마늘을 무려 한 통이나 

깐 것이다. 영국인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팀 알퍼의 한국 일기] 마늘과 감자, 한국과 영국의 소울 푸드

/김성규 기자


한국 음식이 맛있는 이유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듬뿍 들어간 마늘이다. 

한국에는 마늘 냄새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있다. 

한국에서 11년을 산 나 또한 이제 여느 한국인처럼 마늘 없이는 못 살게 됐다. 

나는 큼직하게 자른 생마늘을 쌈장에 찍어 깻잎에 싸 먹는 것을 좋아한다. 

영국에서라면 이런 음식을 먹고 밖에 나가도 되는지 걱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마늘을 먹고 있노라면, 마늘의 조용한 속삭임을 느낄 수 있다. 

"마음껏 드세요. 이곳에 마늘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답니다. 어서 마늘을 먹어요!"


영국 사람들 또한 나름대로 집착하는 음식이 있다. 그것은 감자다. 

영국을 방문한 적 있는 한국인들은 내게 이렇게 말한다. 

"영국 대표 음식피시 앤드 칩스(fish and chips)를 먹어봤지만 그다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어." 

이 말은 언제나 나를 서글프게 만든다. 

그들은 고작 여행객들로 붐비는 런던의 어느 펍(pub)에서 칩스를 먹어보고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들이 청소년 시절, 피시 앤드 칩스 전문점에서 갓 튀겨낸, 입천장을 델 정도로 뜨거운 감자튀김을 먹어봤다면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식당들은 대개 감자튀김에 소금과 식초를 뿌린 후 신문지에 둘둘 말아 준다. 

쌀쌀한 일요일, 축축하게 젖은 공원에서 친구들과 세 시간 내내 공을 찬 후 빨개진 코에서 콧물이 떨어질 때 맛보는 

뜨거운 감자튀김. 식초의 시큼함이 느껴지는 그 포슬포슬한 감자의 온기는 손가락을 타고 입으로 전해서 목구멍을 넘어갈 때 

온몸을 훈훈히 덥힌다.


영국인은 끼니마다 감자를 먹어야 한다. 따뜻한 감자는 우리 영국인들에게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준다. 

감자를 삶아 으깨든, 튀기든, 오븐에 익히든 요리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감자 한 포대가 부엌에 있기만 하면, 영국인의 삶은 그런대로 흘러간다. 

히틀러는 2차대전 중 해군으로 영국을 봉쇄해 식량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영국인들에게 굶주림의 고통을 주려 했다. 

그 계획은 실패했다. 영국의 밭에 감자가 자라기 때문이다. 감자가 있는 한 영국인들에게 생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빨갛게 익은 이탈리아 토마토, 섬세한 맛의 프랑스 치즈를 영국인들에게서 빼앗아간다 해도 큰 문제는 아니다. 

우리에게 감자만 있다면, 브렉시트를 강행하든 말든 영국은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감자는 주목받는 식재료는 아니다. 

감자라는 이름이 들어간 몇 안 되는 음식 중 '감자탕'조차 실은 감자가 주인공이 아닌, 돼지 등뼈와 엄청난 양의 마늘이 

주인공이다. 감자와 마늘은 영국인과 한국인의 열정을 채워주는 음식이다. 

감자와 마늘은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위를 건너뛰고 곧장 가슴에 전달돼 삶을 향한 열정을 일깨운다. 

한국인의 마늘과 영국인의 감자는 영혼을 어루만져 주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닮은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