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2.07 김국현 IT 칼럼니스트)
21세기의 고도화된 성장은 금융·바이오·IT 분야에서 직원 필요없는 세상 열어
공장 들어서도 로봇이 대체… 美 중산층 고용 늘릴 묘수 없어
비단 트럼프만의 고민일까
트럼프 당선의 파문이 크다. 트럼프의 많은 공약은 허풍일지 모르나 애플의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라는 압박은 당선 후에도 이어졌다. 규제 해소 등 당근도 준비한 듯 구체적이다.
IT(정보 기술)는 이미 미국의 독주다.
미국은 가치 사슬 최상부에서 원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한국과 중국 등 도상국은 하드웨어를 생산한다.
애플 같은 수직 통합식 하도급이 아니라도 구글처럼 파트너의 하드웨어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뿌려
세력권을 만들기도 한다.
이 미국산 IT 덕에 세계시장은 팽창하고 소비자 후생은 증대한다.
소프트웨어가 또 다른 기회를 잉태하는 씨앗이자 터전이라서다.
아이폰 위에서 돌아가는 앱을 만들어 돈을 벌 수 있고, 구글 안드로이드를 실은 전화기를 만들어 회사를 키울 수도 있다.
이를 '생태계'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과거의 IT 패권도 결국 이 생태계 조성이 성공 비결이었다.
이렇게 IT는 금융과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의 한 축이 되었다.
이란도 북한도 컴퓨터만큼은 미국산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
가끔 미국 밖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도 있지만, 이런 혁신도 결국은 미국이라는 용광로를 거쳐야 생태계의 일원으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마치 팝 문화가 퍼지듯 소프트웨어는 미국에서 흘러내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프트웨어는 미국에 맡기고 비록 종속될지언정 하드웨어만 만들어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었다.
비교 우위에 따른 자유무역의 교과서적 사례다.
지난 10년 한국 전자 기업의 중흥도, 세계의 공장 중국의 대약진도 모두 미국산 소프트웨어 덕이었다.
덕분에 세계는 더 평평해졌고, 실리콘밸리에 연봉 2억의 중국인과 인도인이 넘쳐났다.
분명 세상은 조금 더 다양해졌고, 조금 더 여유롭고 '스마트'해졌다.
하지만 좋은 면만 있는 변화는 드물다. 변화의 대가가 있었다.
바로 미국 중산층의 몰락이다.
금융도 소프트웨어도 세계화 속도를 통제 불능으로 만들어버렸다.
제조업 대신 등장한 성장 산업은 모두 고용 흡수력이 탐탁지 못했고, 일자리는 세계로 흘러나갔다.
대신 그들에게 미래라며 제시된 것은 우버나 에어비엔비 등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였다.
갑자기 몰려온 피부색 다른 프로그래머들의 풍요로운 풍경은 몰락한 백인 중산층에게 낯설기만 하다.
하나로 이어진 세계. 다양성이 존중되며,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평등한 세상.
손끝의 움직임 하나로 정보도 물자도 내 것이 될 것 같았는데, 정작 내 것을 살 여유가 없었다.
이웃을 향한 배 아픔이 소외감이 되고 울분이 되는 것은 순간이다.
옳음의 기준이 틀어지고 각자의 정의는 재구성된다.
'위대했던 미국'의 좋았던 시절. 그들이 중산층일 수 있었던 이유는 저유가와 내수 위주라는 세계화 이전 상태,
즉 혼자만 잘살아서 재미있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다들 이를 모를 리 없지만 이제 아무래도 좋다.
클린턴의 입바른 소리보다 트럼프가 막 내뱉는 사자후가 울분 해소엔 그만이다.
차별주의자들로 둘러싸인 트럼프는 승리하고, 영국은 브렉시트의 바다를 표류 중이다.
이에 용기를 얻어 배척과 고립의 길을 열어젖히려는 이들이 유럽 전역에서 일어서고 있다.
독일로 23년 만에 되돌아온 아디다스 공장. 그런데 고용된 것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었다.
소위 플랫폼이 고도화되면 직원이 필요 없는 것은 금융도 IT도 심지어 바이오도 마찬가지다.
21세기의 성장은 그런 식이다.
무역 전쟁을 해봐야 자국 물가만 올라갈 뿐이지만,
낙오한 '과거의 중산층'을 후련하게 해줄 별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비단 트럼프만의 고민이 아니다.
[IT로 읽는 세상] 페이스북에는 왜 '싫어요'가 없나 (조선일보 2016.03.09 김국현 IT칼럼니스트) 페이스북 상징 된 '좋아요' 버튼, 쉽게 리액션 보여줘 크게 성공 '웃겨요' '멋져요' '슬퍼요' 등 최근 6가지 버튼으로 늘어나 그래도 '싫어요'는 여전히 없어… 허세로 풍성한 인생만 보여줘
※'IT로 읽는 세상'을 신설하고 김국현씨가 집필합니다. 서울대 생물학과 졸. KAIST에서 소프트웨어공학 수학.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에서 근무.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웹 이후의 세계' 등 저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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