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03.09 김국현 IT칼럼니스트)
페이스북 상징 된 '좋아요' 버튼, 쉽게 리액션 보여줘 크게 성공
'웃겨요' '멋져요' '슬퍼요' 등 최근 6가지 버튼으로 늘어나
그래도 '싫어요'는 여전히 없어… 허세로 풍성한 인생만 보여줘
엄지를 치켜든 '좋아요'로 유명한 페이스북. '좋아요'는 이 SNS 회사의 상징이 됐다.
올린 글에 '좋아요'라는 반응이 많이 붙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데, 페이스북 성공의 비결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이 '좋아요'가 '최고예요' '웃겨요' '멋져요' '슬퍼요' '화나요'가 추가된 6가지
버튼으로 늘어났다. 일상 속 대화에서도 반응, 즉 리액션은 대화 성공의 비결이다.
대꾸나 추임새는 주고받는 이야기에 활력을 더한다.
마주 대한 이가 보이지 않는 인터넷에서는 더 그렇다. 댓글 하나에, 추천 꾹 한 번에 사람들은
신이 나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2009년에 등장한 '좋아요'는 대성공이었다. 상대에게 가장 쉽고 저렴하게 반응하는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댓글을 달 수도 있겠지만, 모든 글마다 일일이 달 수도 없고, 또 대부분 스마트폰이라 댓글 달기도 불편하다.
'좋아요'는 글쓴이의 수고를 가장 편하게 인정하는 법이었다.
가볍고 과하지 않아 오래간만에 보는 이, 그리 친하지 않은 이의 소식에도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었다.
설령 피상적으로 보일지라도 터치 한 번으로 서로를 이어지게 했다.
뒤집어 생각하면 '좋아요'를 받은 글은 읽은 이가 인정한 것이기도 했다. 어디에 관심을 두는지 계산해 낼 수 있었다.
'좋아요'를 열심히 누르다 보면 페이스북은 계산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화면을 채워준다.
많은 친구가 소식을 올리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내가 인정할 가능성이 큰 것이 수시로 계산된다.
새로 고침을 누르면 방금 흐르던 것이 사라지곤 하는 이유는 또 새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이 계산은 꽤 쓸모가 있어서 페이스북의 물주인 광고주들이 좋아했다.
좋아하는 것들 사이에 살짝 끼어들어 가고 싶어 했고, 아예 좋아하는 것이 되고 싶어 했다.
페이스북의 수익 모델은 잘 돌아갔고 '좋아요'는 그 원자재였다.
그 결과 어느새 모두 '좋아요' 하나를 더 얻기 위해 좋아 보이는 일상과 뉴스와 광고만을 올리고 있었다.
페이스북 안에서만큼은 완벽한 삶으로 화면은 가득 찼다.
공유될 만하고 좋아할 만한 것만 올렸고, 그런 것만 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세상사가 좋기만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인생에는 공감해 주고 싶지만 '좋아요'를 누르기는 뭐한 일이 얼마든지 있다.
페이스북은 이런 인생마저 담고 싶었고, 담아주길 원했다.
감정 버튼이 늘어나자 사람들은 슬프고 화나는 소식에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더 넉넉히 표현하면 반응이 입체화된다.
시사 뉴스라면 사용자가 어떤 정치 성향을 지녔는지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광고라면 어떻게 이야기를 비틀어야 눈물샘을 자극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관심사를 조금 더 정확히 계산해내 더욱 그럴듯하고 안락한 가상현실을 페이스북 안에 만들고 싶어질 것 같기도 하다.
페이스북이 2조원이나 들여서 가상현실 기업을 사들이고, 인도 등 제3세계에도 무료 인터넷을 제공해 페이스북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을 보니 정말 수십억의 인생을 그 안에 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감정 버튼은 그저 페이스북 입장에서 우리가 표현했으면 하는 감정이다.
페이스북은 세상사의 희로애락을 그대로 표현할 생각은 별로 없어 보인다. '싫어요' 버튼은 여전히 없는 게 그 증거다.
미국 버클리대 심리학자들은 페이스북과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똑같이 조언했다.
그런데 영화에는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란 캐릭터가 있지만 페이스북 감정 버튼은 너무 긍정 위주다.
보기 사나운 부정적 감정은 광고주를 겁나게 해서일까.
페이스북 안에서만큼은 완벽하고, 은근한 허세로 풍성한 인생. 당분간 계속될 듯싶다.
※'IT로 읽는 세상'을 신설하고 김국현씨가 집필합니다. 서울대 생물학과 졸. KAIST에서 소프트웨어공학 수학.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에서 근무.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웹 이후의 세계' 등 저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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