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産業·生産·資原

착각하지 마라, 인터넷 세계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바람아님 2016. 12. 9. 08:09

(조선일보 2016.05.07 신동흔 기자)


전 세계 50개국 직접 다니며 쓴 디지털문명에 대한 '현장 보고서'

인도의 계급별 중매 사이트 등 계층·지역간 차이 더 커진 인터넷

스마트폰, GPS로 '지역화' 강해져


'스마트'

스마트|프레데리크 마르텔 지음|배영란 옮김|글항아리|596쪽|2만6000원

331.65-ㅁ146ㅅ/ [정독]인사자실(2동2층)/ [강서]2층 종합실


매달 5만 명의 결혼을 성사시키는 인도의 한 중매 사이트에선 같은 계급끼리만 맞선이 이뤄지고, 

별자리 궁합 보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즉석 만남도 활발하다. 

모두가 스마트폰만 켜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전통적인 카스트 제도와 

정략결혼 풍습은 갈수록 심해진다. 

'인터넷 세계는 결코 평평하지 않고, 계층 간, 지역 간 특징과 차이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인류는 아마존의 열대우림이나 인도의 빈민굴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됐지만, 지역별 특징은 더 강해지고, 계층 간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는 역설(逆說)이다.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미국 보스턴의 프랑스 대사관에서 문화 및 학술담당관을 지낸 저자는 

"인터넷을 통해 '물리적 경계와 언어의 차이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동등하게 교류하는 세계를 만들겠다'는 

미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이상은 실현된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저자는 전 세계 50개국을 돌아다니면서 기존 미디어에선 볼 수 없었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인터넷에서 지역적 연고주의가 가장 크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는 바로 실리콘밸리다. 

초대형 기업과 신생 벤처기업의 개발자와 투자자, 기업가들은 샌프란시스코라는 특정 지역을 연고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결정은 이들이 가장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장소에서 이뤄진다. 

"페이스북에선 커피를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페이스북에서도 만나는 장소와 사는 지역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고 해서 동등하다는 믿음은 착각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인터넷의 참모습을 발견하려면 노트북을 덮어 놓고 거리에서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보라고 권유한다. 

책상 앞에 앉아 미국이나 인도, 아프리카 웹사이트를 돌아다닐 수 있다고 세상이 평평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스마트폰은 이런 '지역화' 경향을 강화시킨다.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하던 시절과 달리, 스마트폰은 GPS(위성항법장치)로 위치를 알려 줄 수 있다. 

그 결과 미국과 중국에선 몇백m 내에 있는 게이들끼리 서로 위치를 확인하고 만날 수 있는 앱이 등장했다. 

같은 스마트폰이라도 이용 방식은 다 다르다. 

이슬람들은 정결한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앱을 뒤적이고, 

미국 빈민가와 남아공의 흑인 거주지에선 '손전등 앱'이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다.


◇지역화된 인터넷


무선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주도권은 미국 이외 국가로 확산하는 중이다. 

저자는 현재의 개발도상국을 의미하는 브릭스(BRICS)에도 끼지 못하는 베트남·타이·케냐·이란 등에서 

놀라운 '디지털 역동성'을 발견한다. 특히 이 국가들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선진국이 겪었던 

과정을 경험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모바일로 곧장 넘어갈 수 있어 굳이 개인용 컴퓨터(PC)나 

유선인터넷 등에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 

데이터 보관도 서버에 돈을 들일 필요 없이 저렴한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인터넷은 이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남아공의 빈민가까지 모두가 쓰는 도구다.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 세계도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다. 

저자는“온라인 세상은 실제 세계에서 지역·문화·인종별로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Getty Images


인터넷 기업은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의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GAFA)에 맞서 중국의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BAT)가 위상을 높여간다. 

인터넷이 지역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을 위협으로 생각하는 미국은 끊임없이 중국의 검열 정책을 비판해 왔다. 

하지만 NSA(미국국가안전보장국)의 감시 활동을 폭로한 '스노든 사건' 이후, 

미국의 규제 당국은 '글로벌 디지털 시장'이란 원대한 이상에 큰 상처를 입었다. 

유럽연합(EU)이 '유럽만의 디지털 세계'를 만들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이미 '검열 당국보다 영리해지는' 길을 택하고 있다. 

저자가 인터뷰한 중국의 한 젊은이는 가상망을 이용해 자신의 IP 주소가 노출되지 않도록 한 채 해외 사이트를 유랑 중이었다.

인류 역사에선 항상 억압이 젊은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이들이 새로운 기술적 진보를 가져다줄지도 모를 일이다.


직접 세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쓴 디지털 문명에 대한 이 '현장 보고서'에는 인터넷 서핑을 통해선 접할 수 없는 

팩트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600쪽 가까운 책을 읽는 시간은 별로 지루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대표적 '스마트시티'인 스콜코보나 케냐의 '콘자 테크노시티'는 기술적 진보를 거듭하고 있지만, 

고장 난 엘리베이터나 버스를 제대로 수리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페이스북 본사에 붙어 있는 '혁신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Innovate or die)' 'NSA가 엿듣고 있다(NSA wiretap)' 등의 

슬로건은 마치 눈에 보이는 듯하다. 

검색 도구와 위키피디아만 있으면 책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에서 

아날로그식으로 직접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꼼꼼히 확인한 것은 분명 이 책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원제: SM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