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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로 읽는 세상] '좋아요'만 받을 수 있다면…

바람아님 2016. 12. 10. 19:12

(조선일보 2016.06.01 김국현 IT칼럼니스트)


요즘 '좋아요'는 화폐처럼 유통, 소셜미디어 점수가 숭배까지 불러 

자극적인 셀카 찍다 사망 사고도… '허세 네트워크'에 피곤해진 대중 

미국선 '좋아요'·팔로어 수 없는 신생 SNS 스냅챗으로 이동 중


가치 있는 걸 만들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 

세상사 성공 비결은 이처럼 단순한 2단 구조다. 

하지만 만드는 건 어찌 혼자 할 수 있어도 인정받는 건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잘해야 동네 장사의 입소문이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에는 아주 유익한 효용이 있다. 

가치를 발견하고 널리 전달하는 일을 모두의 역할로 개방한 것이다.


대중 매체와 광고는 좋은 가치를 전국구로 만들어줬다. 

하지만 그 선별도 따지고 보면 누군가의 취향이고 광고란 결국 돈으로 사는 일이다. 

좋은 가치는 여전히 묻히곤 했다. 

이때 가깝고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어떤 콘텐츠에 대해 '좋아요'를 눌렀다면 신용해도 좋다는 판단이 생긴다. 

소셜미디어의 힘은 여기에 있다.


요즘은 콘텐츠마다 좋아요, 공유, 리트윗의 숫자가 찍혀 있다. 

가치가 발견되고 전달될 때마다 그 점수가 실시간으로 드러나니 가치척도가 된다. 

친구 수와 팔로어로 축적도 된다. 

가치를 측정하고 저장하고 전달할 수 있다니 어느새 '좋아요'는 화폐를 닮아 가고 있었다.


소셜미디어 점수가 숭배 현상을 부르는 것까지 화폐를 닮았다. 

좋아요와 공유가 많은 것이 가치 있는 것이라 지레짐작한다. 

좋아요와 하트(♥)가 자산이 되는 소셜캐피털 시대, 새로운 배금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소셜미디어가 가치를 선별하고 전달하는 일을 아무리 편하게 해준다 해도 좋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좋아요 누르기처럼 쉽지 않다. 지친 이들은 꼼수를 부린다. 

가치 있는 콘텐츠를 소개한답시고 논란이 될 만한 제목을 붙여 재구성해 재유통한다. 

일단 화제가 되면 그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소셜미디어로 퍼 나른다. 심지어 언론도 이를 다시 가져간다. 

단계마다 순환 반복되며 좋아요가 증폭되는 현상이 마치 금융의 신용 창조를 보는 듯하다. 

원래 콘텐츠가 무엇이었던가는 이미 상관없다.


입소문을 전국 방방곡곡 복제할 수 있고, 또 그 입소문조차 인위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산업이 준 충격은 컸다. 사이버 공간에

바람잡이와 박수꾼을 동원하는 일을 바이럴 마케팅이라 칭송했고, 광고주도 이용자도 모두 매혹돼 빠져들었다.


실은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인간은 원래 자신에게 공감을 해주면 쾌감을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이 쾌감이 떨어지면 불안해지고 다시 '좋아요'를 찾아 나선다. 

새로운 자극을 억지로라도 만들어 보상을 받으려는 뇌 회로는 승인 욕구가 잘 충족되지 않는 시대일수록 더 잘 가동된다. 

인정받는 느낌을 가족이나 동료나 친구로부터 받기 어려운 시대, 자기도취적인 안도를 찾아 무모한 일을 벌인다. 

그리고 어느새 이 인스턴트한 풍조는 문화가 되고, 광고주는 "좋아요 십만개 당길 수 있죠?"라고 자극을 요구한다.


이제 보통 사람마저도 좋아요만 수집할 수 있으면 무슨 일이라도 하려 든다. 

자극적인 일상을 억지로 만들어 좋아요를 수집한다. 좋아요 경쟁에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건다. 

세계 곳곳에서 오직 좋아요를 받기 위해 위험하고 자극적인 셀카를 찍다가 사고로 죽은 이가 12명이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자 러시아에서는 '좋아요 100만 개도 생명만큼 값지지는 않다'는 캠페인을 할 지경이 됐다.


하지만 이런 '허세의 네트워크'에서 사는 건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이미 느끼고 있나 보다. 지금 미국에선 스냅챗이 급성장 중이다. 

내 나름의 가치와 이야기를 알릴 수 있는 신생 소셜미디어지만 좋아요도, 팔로어 수도 없고 게시물 흔적도 남지 않는다. 

마지못해 친구 수락한 아저씨들의 허세 따윈 보아주려 해도 볼 수 없다. 

가치가 있다면 좋아요가 많을 수는 있지만, 좋아요가 많다고 꼭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은 먼저 깨닫기 시작했나 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키워드 정보] '양날의 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란?

[Social Network Service]


인터넷상에서 친구나 동료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과도 관계를 맺고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서비스.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같은 휴대용 장치와 결합돼 사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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