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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두 시간 클럽'

바람아님 2016. 12. 26. 11:00

(조선일보 2016.12.26 유희경 시인·서점 '위트앤시니컬' 대표)


서점을 열기 전, 나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9년이라는 적지 않은 재직 기간 동안 한결같이 들은 말이 있으니, 책이 안 팔린다는 하소연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도서 시장의 마이너스 성장률은 뚜렷하다. 그 원인에 대해 분석도 다양하다. 

어쨌든 결론은 하나일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이 왜 책을 읽지 않을까?" 책과 가깝지 않은 친구에게 물었다. 

"더 재미있는 게 많잖아?" 재미만 추구하며 살 수는 없다는 나의 항변을 친구는 다음과 같이 일축했다. 

"책 읽는 게 유익하다는 걸 누가 모르나? 스마트폰 하다 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가 책 읽을 틈이 없는걸." 

딱히 마땅한 대꾸가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그렇다. 인터넷에 접속해, 이리저리 기웃대다 보면, 한두 시간 정도는 그냥 지나가버린다. 

그뿐인가. 영화, 드라마 같은 시각 매체에 눈을 맡기면 굳이 활자를 더듬대며 읽는 것보다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러니까, 책을 읽을 짬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고민하다가 서점에서 '두 시간 클럽'이라는 것을 운영해보기로 했다. 이 클럽의 규칙은 간단하다. 

휴대전화, 노트북 따위의 '딴짓거리'를 맡겨두고 두 시간 동안 시집을 읽는 것이다. 

참가비는 일 인분의 간식거리. 자리를 마련한 나는 따뜻한 차를 준비한다. 

모이는 사람들끼리 딱히 통성명도 하지 않는다. 

그냥 정해진 시간에 서점에 와서, 정해진 주제에 맞춰 자신이 준비한 책을 읽고 정해진 시간이 끝나면 간다.


그게 무슨 클럽이야, 하고 되물을 수도 있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 시집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떤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한 두 시간을, 오롯이 책에만 바칠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이 클럽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으며 심지어 혼자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