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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알퍼의 한국 일기] 한국과 영국의 미신, 그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세계

바람아님 2017. 1. 10. 08:03

(조선일보 2017.01.10 팀 알퍼 칼럼니스트)


한국에서 반가운 손님인 까치, 영국에선 불행과 不妊의 징조

갖가지 금기에 흔들리는 게 인간… 손흥민도 골 넣은 축구화만 신어

"미신은 원시적 사고" 비난보다 문화 다양성의 보루로 존중해야


최근 몇 달간 한국 언론사마다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수많은 국민의 이메일과 전화, 투고가 빗발쳤다. 

그중엔 무속인들도 최씨에게 분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한국 무신교연합회 이원복 총재는 "최씨가 우리 무속인들을 부정한 사기꾼 집단으로 보이게 했다. 

생업으로 열심히 무속에 종사하는 무당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했다.


무속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에서 나는 이 말에 꽤 공감한다. 

나는 무속인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곳이 미신을 따르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노란색을 불행과 결부하는 스페인에서 살았다. 지금도 노란색 옷 입기가 어쩐지 꺼려진다. 

그 후 오래 거주했던 러시아에서는 실수로 옷을 거꾸로 입으면 액운을 쫓아내기 위해 

재빨리 그 옷을 벗고 자기 맨살을 찰싹 때린다. 

어린 시절 살았던 프랑스는 개똥을 오른발로 밟으면 불행이, 왼발로 밟으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 나라다. 

지금 내가 사는 한국은? 사람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면 안 되고, 밥공기에 젓가락을 수직으로 꼽지 말아야 한다.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과 걷지 말라는 새로운 금기도 마음에 새긴다.


미신적 징조는 우리가 사는 장소에 따라 매우 다르다. 

예를 들어, 까치는 한국에서 반가운 손님을 상징하지만 내 고향 영국에서 홀로 있는 까치는 불행의 징조다. 

'one for sorrow/ two for joy/ three for a girl/ four for a boy.' 

중세로부터 전해지는 이 영국 민요의 가사는 '까치 한 마리를 보면 곧 불행이 찾아오고, 

두 마리를 보면 행운을 기대해도 좋고, 세 마리는 딸을, 그리고 네 마리는 아들을 얻게 된다'는 의미이다.


[팀 알퍼의 한국 일기] 한국과 영국의 미신, 그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세계

/이철원 기자


영국에선 황새가 임신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 

영국의 젊은 부부는 황새를 보면 기뻐한다. 

황새가 아기를 물어다 준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아기의 탄생을 기대하며 가슴 설렌다. 

어떤 역사학자들은 이런 미신이 

"나는 어떻게 태어났느냐"고 묻는 자녀에게 

"황새가 물어다 주었다"고 대답하던 것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지금도 서양 유아용품에는 황새가 아기를 

면 보자기에 싸서 뾰족한 부리에 물고 다니는 

그림이 많이 등장한다. 

그럼 한국에선? 우리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가 하루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콩나물을 씻는데 뿌리가 하늘을 향하네. 

조만간 아기 소식이 있겠는데."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런 말을 남겼다. 

"과학 이전 시대에는 미신이 정당하고 타당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미신은 매우 부적절하다." 

나는 프로이트의 논리에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그는 축구 팬이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지금 바로 축구 경기장으로 고개를 돌려 교체 투입 직전의 선수를 보자. 

반지에 키스하거나 하늘을 향해 중얼대며 손짓을 하고는 가슴에 십자가를 수없이 그어댄다. 

그러고는 경기장을 밟기 직전 허리 숙여 손으로 땅을 만진다. 

미사를 집전하는 천주교 사제도 이렇게 길고 복잡한 절차를 밟지는 않을 것이다. 

맨유의 주장이었던 폴 인스는 경기장 입장 때 반드시 모든 사람이 들어간 후 마지막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잔디를 밟기 직전에 유니폼을 입었다. 

영국 대표팀 주전 골키퍼였던 데이비드 제임스는 자신이 경기 전에 행하는 의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내 머릿속에서 기계처럼 작동하는 그 의식의 모든 절차는 너무나 복잡해서 한 페이지는 족히 채울 것이다." 

그는 경기 전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화장실에 가서 사람들이 다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벽에다 침을 뱉고 경기장에 나갔다.


한국 축구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중 몇 명만 예를 들자면, 김신욱은 경기가 진행되는 90분 동안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하늘의 영적인 존재와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포즈를 취한다. 독일 리그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손흥민은 인터뷰 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득점한 다음 경기에 같은 축구화를 신고 나간다. 

하지만 몇 경기 동안 득점하지 못하면 다른 축구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인간은 미신에 연연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본성이다. 

오늘날 우리는 조상의 원시적인 사고 체계와 많이 다르게 생각한다고 믿는다. 

종교와 과학이 그렇게 믿게 한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제자인 칼 융은 우리가 '원시적 사고 체계'라고 말하는 것이 현대인의 잠재의식 속에 여전히 남아 있으며 

그것은 변치 않고 전해오는 미신들을 통해 드러난다고 했다. 

미신은 지역 문화의 일부이기도 하다. 지구의 거리가 좁혀지며 지역마다 고유한 문화가 쇠퇴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그것을 나쁘고 비과학적이라 비난할 게 아니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