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사이드는 나이듦에 대해 성찰한 바가 있다. ‘노년이란 존재 자체로서 빛나는 연령’이다. 생애에서 쌓은 경험과 경륜으로 미지의 지평을 열 수 있는 지혜가 있다. 욕망을 버리는 나이, 인생 관조, 외골수를 자제하는 균형감각이 노년의 양식이다. 다산 정약용은 61세를 맞아 ‘자찬묘비명’을 썼다. “나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안다고 했으나 그 행한 것을 생각해 보면 어찌 부끄럽지 않으랴.” 백성의 편안한 삶을 두루 다 살피지 못했다는 뜻이다. 평생 500여 책을 남겼으니 다산 선생도 고수인 것은 분명한데, 중용과 균형과 조망에 탁월했다. 우리 같은 범부의 양식은 특별한 게 없다. 그저 후세대를 이해하면 족하다. 40·50대 생활전선을 뚫는 중·장년과 입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20·30대의 심정을 헤아려주면 된다. 그리하여 스스로 빛나는 나이, 은령(銀齡)이다.
은령 세대는 밥벌이가 얼마나 고역인지 충분히 알지 않는가? ‘나 홀로 정치’와 국정 농단 사태가 몰고 온 경제 한파를 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말도 못하고 끙끙 앓을 뿐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불황’이라는 한탄이 터져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계에서 치킨점 절반이 3년 내에 폐업했고, 외식업체 80%가 매출 급감을 겪는 중이라고 밝혔다. 자영업자의 가계부채 비율은 소득 대비 345%로, 비(非)자영업자 190%의 1.8배에 달한다. 밥벌이를 해야 밥을 먹는데, “술이 덜 깬 아침 속이 쓰려 넘길 수가 없는데, 이것을 넘겨야 이것을 버는데” 몸을 이리 부려도 대책이 없다면(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밥벌이 선배로서 따뜻한 위로 한마디가 더 어울리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