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시내를 배경으로 남산자락을 걷는 봇짐장수, 전쟁통에도 잔해 하나 없이 평온하고 푸른 한강….
한국전쟁에 참전한 한 미군 병사가 렌즈에 담은 서울 풍경은 왜곡과 과장없이 당시 서울의 일상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1951년부터 1953년까지 미8군 제3철도수송단에서 상병으로 근무했던 듀이 맥린(Dewey McLean, 82) 박사는 25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과 땅, 눈길을 끄는 것들을 볼 때마다 경험으로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용산고 자리에 있었던 제3철도수송단에서 근무했지만 수시로 시내에 나와 서울 곳곳을 담아 약 300장의 사진을 남겼다. 1950년대 서울 풍경이 컬러 사진으로 생생하게 담긴 사례는 흔치 않다.
1952~1953년 사이 겨울에 찍은 '한국 오두막들, 남산'은 포격으로 지붕과 담이 모두 무너진 남산자락의 집들을 담았다. 지붕부터 폭삭 내려앉은 집들이 당시 처참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의 아버지'는 황폐화된 시내를 배경으로 먼지 날리는 남산길을 걷는 봇짐장수의 모습이 담겼다. 전쟁 속 고단한 일상이 담긴 봇짐장수의 표정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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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자락을 걷는 봇짐장수, 듀이 맥린 박사 제공>>
반면 '우아한 한국 신사, 서울'로 표현된 노인이 허물어진 담벼락을 뒤로하고 '한복 정장'에 중절모까지 갖춰 쓴 채 점잖게 거리를 지나고 있어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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