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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결정적 순간'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바람아님 2013. 9. 4. 10:52


“그는 정열적으로 20세기를 찍으면서, 범우주적인 시각으로 인간과 문명의 변화를 영원히 기억하게 한 시대의 증인이었다.”

‘사진의 바이블’로 통하는 사진집, ‘결정적 순간’을 남긴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자크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낸 추모 성명의 한 구절이다.

브레송은 1908년 프랑스 노르망디 샹틀루 지방 부호의 아들로 태어났다. 섬유회사를 운영하던 부모는 가업을 잇길 원했지만,

어린 브레송의 관심은 그림에 있었다. 그가 카메라를 처음 접한 건 23세 때 아프리카 여행을 가면서였다. 사진에 재미를 붙인

브레송은 잡지사 일을 하며 전업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뒤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2차대전 때 종군작가로 활동하며 포토저널리즘에 발을 들였다. 1947년 로버트 카파 등과 함께 뉴욕에 ‘매그넘 포토스’라는 에이

전시를 만든 이후 그의 사진작가로서의 행보는 빨라졌다. 인도에서 간디의 마지막 모습을 필름에 담았고, 베일에 가려져 있던

옛 소련과 쿠바의 모습도 세상에 공개했다.

1952년 20년간 찍은 사진을 모아, 지금은 ‘결정적 순간’으로 더 잘 알려진 ‘재빠른 이미지’라는 사진집을 냈다. ‘결정적 순간’은

이 책의 서문 제목이었다. 1955년에는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사진가 최초로 개인전도 열었다.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서 왕이 아닌 시민의 표정을, 영국 총리 처칠의 장례식장에선 장례 행렬이 아닌 좋은 자리 찾기에 바쁜

소년의 모습을 담았던 ‘포토저널리즘의 대가’ 브레송은 1974년 돌연 카메라를 내려놨다. 이후 그림에만 열중하며 은둔자로

살았다.

2004년 8월3일, 96세로 생을 마친 그의 묘비엔 다음의 글이 새겨졌다. “사진은 영원을 밝혀준 그 순간을 영원히 포획하는

단두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