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歷史·文化遺産

논란 뜨거운 낙랑무덤 북한 중국 최근 공동발굴했다

바람아님 2017. 5. 1. 07:56
한겨레 2017.04.30. 19:16

2011년 북중 공동발굴 평양 남사리 벽돌무덤 보고서 공개돼
조사한 중국 연변대가 2014년 발간 낙랑군 유적으로 명시
90년대 이후 북한 낙랑무덤 부장품들 컬러도판에 처음 소개


2010~11년 북한 중국이 공동조사한 평양 남사리 154호분 벽돌무덤의 얼개를 찍은 보고서의 사진들. 위의 사진은 전실묘 후실을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보고 찍은 것이며, 아래 사진은 후실 동벽을 촬영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발굴한 평양 일대의 전축분과 마찬가지로 벽돌로 바닥과 벽체를 만든 중국 후한대 시기의 무덤 특징을 보여준다.

국내외 고대사학계에서 만주설, 평양설 등 위치를 놓고 첨예한 논란을 빚어온 옛 낙랑군의 벽돌무덤(전축분)으로 추정되는 고분이 2011년 북한 중국의 공동조사로 새롭게 발굴된 사실이 밝혀졌다. 낙랑군은 한나라가 기원전 108년 고조선을 무너뜨린 뒤 만주 혹은 한반도 서북지방에 설치했다고 전하는 고대 행정구역의 명칭이다.


고고학자인 정인성 영남대교수는 최근 중국 연변대학이 펴낸 2010~11년 북중공동발굴 보고서 <평양일대의 낙랑묘장>을 입수해 30일 <한겨레>에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평양시 남사리 구역에서 확인된 낙랑 계열의 전축분을 정영근, 이동휘, 정경일 등 연변대학의 조선족 고고학자들과 북한의 고고학자들이 2년간 공동조사한 성과들을 담고있다. 특히 조사에서 나온 벽돌무덤 내부와 주요 유물들을 찍은 컬러 도판들이 발굴 상보와 함께 실려 눈길을 끈다. 


평양 일대의 중국풍 전축분은 식민지시대 일본 학자들이 100기 이상 굴착해 <조선고적도보>와 당시 보고서들에 조사개요와 흑백도판들을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80~90년대 이후 북한 당국이 조사한 낙랑계 고분의 근래 발굴 내용들이 전체 컬러 도판으로 소개된 것은 이 보고서가 처음이다.

무늬를 새긴 벽돌로 이뤄진 남사리 154호분의 묘실 벽체의 일부분(사진 위)과 무덤 안에서 나온 옻칠된 칠기그릇의 모습.
무덤 묘실 안에서 나온 괴수 혹은 귀면 장식(사진 위)와 반구모양의 도금장식(아래).

공개된 보고서의 사진도판과 발굴 내용을 보면 남사리 전축분은 1~2세기 후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풍 무덤이다. 동서 방향을 축 삼아 전실과 후실로 나뉘어지며, 천장, 벽체, 바닥을 무늬가 새겨진 다수의 벽돌을 써서 조성했고, 돔 모양새(궁륭)의 천장 얼개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부식된 목관과 짙은 옷칠을 한 칠기 용기, 반구·괴수·이파리 모양의 금속장식구, 쇠뇌(방아쇠 달린 기계식 활), 벼루, 낙랑계토기, 오수전(화폐) 등 많은 부장품들이 쏟아진 사실도 알 수 있다. 목관은 흑칠 주칠을 번갈아 입혔고, 금으로 도금된 괴수 장식물과 금못으로 치장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정 교수는 “부장품이 매우 고급스럽고, 먹과 벼루가 나온 점 등을 보면 태수급 이상의 고위급 유력자가 묻혔던 무덤으로 추정된다”며 “분명한 중국 한대 전축분 양식을 띠고있어 낙랑군이 평양 일대에 자리했음을 확실히 입증하는 유적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덤 안에서 나온 쇠뇌(방아쇠 장치가 달린 활 장치·사진 위)와 나뭇잎 모양의 금장식품(아래).
중국연변대에서 최근 발간한 보고서인 <평양일대의 낙랑묘장>. 2010~11년 북한과 중국 연변대 고고학자들이 평양 일대의 낙랑계 벽돌무덤을 공동조사한 내용들을 담고있다. 북한에서 근래 조사된 낙랑계 유적, 유물들을 처음 컬러도판으로 생생하게 담았고, 구체적인 발굴내용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적지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보고서는 이 무덤을 낙랑군의 전형적인 전축분으로 결론짓고 있다. 이는 공동조사를 벌인 북한 학계의 공식 견해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 학자들은 낙랑군이 한반도 서북지방에 있었다는 통설을 부정한다. 낙랑군은 중국 요동 혹은 요서 지방에 설치됐으며, 평양 일대에는 고조선 멸망 뒤 그 후예들이 세운 낙랑국이란 별도의 국가가 존속했다고 주장해왔다. 보고서 내용을 살펴본 국내 고고학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학계에서 구하기 어려운 북한의 낙랑계 유적에 대한 최신 조사 정보를 담고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면서 “낙랑을 비롯한 한사군 위치 비정 등에서 이견이 컸던 북한과 중국이 어떤 경위로 낙랑계 유적에 대한 공동조사를 벌이게 됐는지, 연변대 보고서에 대한 북한 쪽의 반응은 어떨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도판 정인성 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