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5.13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서쪽으로 걷다 보면 잔잔한 인공호수 위에 거대한 반구 형태 건축물이 자태를 드러낸다.
정면에서 보면 수면 위에 둥실 떠오른 건물과 물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합쳐져서 웅장한 '알'의 형상을 이룬다.
고대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로서 황제를 상징하는 봉황이 알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스토리를 형상화한
중국 국가 대극원 건물이다.
중국 국가 대극원, 디자이너: 폴 앙드뢰, 길이: 동서 212m, 남북 148m, 높이: 46m. 2007년 12월 개관.
대극원 건립은 중화사상을 문화적으로 구현하려는 중국 정부의 오랜 숙원이었다.
저우언라이 총리 시절인 1960년대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인민대회당 인근에 부지 11만8900㎡(3만5967평)까지
확보했으나 건립이 지연되다가 베이징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빠르게 추진되었다.
1999년 7월 실시된 국제 디자인 공모에서 선정된 프랑스 건축가 폴 앙드뢰(Paul Andreu)는 샤를 드골 공항,
신(新)개선문을 건립한 경험을 살려 중국의 철학과 가치관이 담긴 새로운 랜드마크를 디자인했다.
"예술이 삶을 바꾼다"는 비전을 표방하는 대극원은 그 규모와 시설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면적 21만7500㎡(약 6만5800평)에 달하는 건축물의 외벽은 2만여 장의 티타늄판으로 덮었고
중앙부는 1200여 장의 곡면유리 커튼 월로 마감하여 햇빛과 조명에 따라 음양 효과가 바뀐다.
내부에는 오페라하우스(2416석) 좌우에 콘서트홀(2017석)과 연극극장(1040석)을 배치했으며,
파이프오르간 등 설비는 독일, 무대는 일본 기술을 활용하여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대극장의 통로는 호수 바깥쪽 지하광장과 이어지는 수중 유리터널(80m)뿐이라 관람객은 빛이 호수에 산란하는
신비로운 효과를 보며 입장하게 된다. 7년 동안 총 26억8800만위안(약 4032억원)을 투자하여 건립한
대극원은 경제대국을 넘어 문화대국을 지향하는 중국의 속내를 여실히 드러내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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