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6.26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호주의 대표적인 랜드 마크이다.
달링 하버의 매립지에 세워졌으며 20세기 최고의 건축물로 꼽히는 이 건물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1957년 국제 디자인
공모에서 당선된 덴마크의 젊은 건축가 요른 웃손(Jørn Utzon)의 작품은 그 당시 유행하던 상자 같은 건물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조개껍데기나 오렌지의 단면 같은 유기적인 곡선들로 이루어진 건축물을 시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부득이 2년여 동안 설계를 보완해 1959년 착공은 했지만, 공기(工期)가 크게 지연돼 1973년에야 개관했다. 호주 공연예술의
메카가 된 오페라하우스는 시드니를 호주와 태평양 지역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도시' 1위로 끌어올렸다.
2017 비비드 시드니 축제의 영상 쇼‘음향 생명체’,
영상 디자인: 애시 볼랜드(Ash Bolland), 음향효과: 아몬 토빈(Amon Tobin).
2009년부터 해마다 시드니가 빛, 음악, 아이디어 축제인 '비비드 시드니'(Vivid Sydney)를 개최하면서 오페라하우스가
거듭나고 있다. 한껏 부푼 '돛'과 같은 건물의 외관은 모두 흰색과 미색 세라믹 타일로 마감돼 영상을 비추는 캔버스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6일부터 23일간 진행된 '2017 비비드 시드니'의 하이라이트는 매일 밤 오페라하우스 돛에 등장한 상상 속의
음향생명체(audio creatures)였다. 시드니 항구 아래 깊은 바다에서 온 것 같은 낯선 생명체들이 제각기 환상적인 형상과
영롱한 무지갯빛 색채로 눈길을 끌었으며, 사운드트랙의 음향 효과는 신비로움을 고조시켰다. 특히 뛰어난 가상현실 기술의
활용으로 관객들이 더욱 실감 나는 경험을 했다. 60여년 전 웃손이 꿈꾼 대로 유기적인 건축물의 생동감이 살아나는 듯하다.
이 축제의 경제적인 효과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6년에는 그 전해보다 35%나 증가한 231만여 명의 관광객이
몰려와 1억1000만호주달러(951억원)를 벌어들였다. 9년 만에 관광객은 11배, 수익은 18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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