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23] 로고에 숨겨진 화살표의 비밀

바람아님 2017. 7. 3. 08:57

(조선일보 2017.07.03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어, 화살표가 있잖아." 국제 항공화물 운송업체인 페덱스(FedEx)의 로고에는 화살표가 숨겨져 있다. 

얼핏 글자만 읽히기 쉽지만, 자세히 보면 대문자 'E'와 소문자 'x' 사이의 빈 공간에 오른쪽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보인다. 

평소 이 로고를 자주 보면서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한번 화살표가 보이고 나면 신기하게도 

볼 때마다 저절로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페덱스 로고(항공 운송 부문), 디자이너: 린던 리더(Lindon Leader), 1994년.

페덱스 로고(항공 운송 부문), 디자이너: 린던 리더(Lindon Leader), 1994년.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사람의 눈이 무엇을 볼 때 물체라는 양(陽)의 공간(positive space)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이라는 음(陰)의 공간(negative space)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로고의 경우 형태와 색채가 있는 '글자'는 양의 공간, 글자의 내부나 주변의 '여백'은 음의 공간이다. 

흥미롭게도 음의 공간이 전혀 예기치 못했던 형상으로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페덱스는 원래 1973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페더럴 익스프레스(Federal Express)'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미국 주요 도시를 시작으로 전 세계 220여 개 나라에서 국제 화물 특급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적인 운송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했다. 1994년 페더럴 익스프레스는 회사명을 간결하게 페덱스로 바꾸고, 새로운 로고 디자인을 샌프란시스코의 

디자인 회사 랜도(Landor)에 의뢰했다.


당시 랜도의 고위 디자인 임원이었던 린던 리더는 신속 정확한 배달업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음의 공간에 화살표가 

나타나도록 로고를 디자인했다. 특히 'Fed'는 언제나 자주색으로 하되, 'Ex' 부분은 수행하는 업무에 따라 각기 다른 색으로 

처리하여 한눈에 쉽게 구분할 수 있게 했다. 항공 운송은 주황색, 육상 배달은 초록색, 회사 전반은 회색이다. 

비즈니스의 특성을 잘 표현해낸 이 로고는 디자인상을 40여 개나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