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7.10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에어 조던 I(Air Jordan I) 농구화, 제조사: 나이키,
디자이너: 피터 무어(Peter Moore), 1985년 출시.
요즘은 유명한 운동선수의 이름을 딴 시그니처 제품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1980년대에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1984년 나이키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출신으로 시카고
불스(Chicago Bulls)에 지명된 신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
(Michael Jordan)을 모델로 '에어 조던 I' 농구화를 개발했다.
영국 출신 제품 디자이너 피터 무어가 디자인하여 1985년
출시된 에어 조던 I은 파격적이었다. 먼저 무어의 디자인은
그 당시 엄격했던 NBA의 선수 유니폼 규정에 맞지 않았다.
농구화는 흰색을 위주로 한 가지 색만 더 사용하도록 규정되었으나, 에어 조던 I은 3색(흰색, 빨간색, 검정색)으로
디자인되었다. 또한 팀 내 다른 선수들이 신은 농구화와 확연히 달라 NBA가 중시하는 통일성이 없었다.
따라서 조던이 3색 농구화를 신고 신들린 듯 멋진 경기를 할 때마다 NBA에 벌금 5000달러를 냈다거나,
무어가 경쟁사의 산업스파이라서 그렇게 논쟁적인 디자인을 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급속히 퍼졌다.
하지만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 덕분에 에어 조던 I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한 켤레 가격이 보통 운동화의 2~3배인 65달러였지만,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날개 돋친 듯 팔려 나이키는
출시 첫해에만 1억3000만달러(약 1482억원) 수익을 거두었다.
2015년 나이키는 에어 조던 I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재현한 '에어 조던 하이 더 리턴(Air Jordan High the
Return)'을 출시한 데 이어, 2016년 7월 나이키의 수석디자이너 테이트 쿠어비스(Tate Kuerbis)가 최첨단 기술과 소재를
활용해 원래 디자인을 리메이크한 '에어 조던 31'을 선보였다. 농구 황제로 불리며 2009년 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마이클 조던의 명성에 걸맞은 디자인으로 승부한 나이키의 시그니처 농구화 신화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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