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북한과 국제사회에 전혀 상반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북한과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상반된 발언은 미국 조야의 대북 대응책과 관련한 상반된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해석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을 공격하는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북한과 전쟁을 하거나 대화를 하는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판단이다.
트럼프 정부가 전쟁과 대화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한국이 그 과정에서 소외되고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대북 선제타격 등 군사옵션을 동원하면 북한이 한국을 겨냥해 보복 공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한국은 트럼프 정부의 군사옵션에 선뜻 동의할 수 없는 입장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전쟁’을 입에 담았지만 이것이 단순한 대북 위협 발언인지 아니면 실제로 진지하게 검토하는 대안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레이엄 의원은 미국 의회에서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이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풀기 위한 전쟁 불가피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레이엄 의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뿐만 아니라 북한의 정권 교체 또는 북한을 붕괴시키는 강경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연설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격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
틸러슨 장관이 제기한 대북 협상론은 트럼프 정부 내 온건파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대북 선제 타격, 대북 제재, 중국을 통한 중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암살과 북한 정권 교체 등은 모두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싫으나 좋으나 북한과 대화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그래서 틸러슨 장관이 이런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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