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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안병진 "트럼프 대 힐러리 미 대선 본질 아냐…주류 교체·패러다임 전환 놓고 대충돌"

바람아님 2017. 8. 6. 03:40

(조선비즈 2016.08.22 김종일 기자)


 "이번 미국 대선을 기존 이념과 정당, 그리고 정책의 대결로 이해하면 안 된다. 

오히려 문명사적 대전환과 충돌이라는 프리즘으로 새롭게 바라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이번 대선을 힐러리 대 트럼프의 대결이 아니라 미국 건국 초기의 근대적인 문명의 틀과 주도 세력이 

모두 바뀌는 대전환기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나의 문제의식이다."


경희사이버대 부총장을 맡고 있는 안병진 미국학과 교수는 '자유분방한 신사' 같았다. 

그는 인터뷰 장소로 자신의 학교 연구실이 아닌 서울 이태원의 한 미술관 안에 있는 카페를 골랐다. 

캐주얼 정장 차림에 아이패드를 한 손에 들고 나타난 그는 시종일관 거침없이 질문에 대답했다. 


안 교수는 그동안 현실정치에 대한 많은 진단과 처방을 내놓은 참여형 지식인이다. 

2004년 저서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의 의미를 분석했고(노무현과 클린튼의 탄핵 정치학), 

'박근혜 현상'(2011년)을 짚기도 했다. 정당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해 왔다. 

그런 그는 최근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미국 대선을 인물과 정책의 대결이 아닌 

문명사적 대전환과 충돌이라는 프레임으로 분석했다. 

오는 11월 치뤄지는 미국 대선을 이런 시각으로 분석한 건 국내에선 안 교수가 처음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예외 투성이다. 

부동산 재벌이었지만 워싱턴에서는 언제나 부외자(部外者·outsider)로 취급 받던 도널드 트럼프가 162년 역사를 자랑하는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꿰찼다. 연이은 막말로 미디어에서 놀림을 당하던 그가 '진짜' 대선후보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비록 본선 진출에서는 실패했지만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는 열풍을 일으켰다. 

그의 과감한 공약에 누군가는 환호성을 내질렀고, 누군가는 공포에 떨었다. 


한국이 주한미군으로 덕은 보면서 과도한 무역흑자로 미국의 부(富)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트럼프의 인식이나 

그에 열광하는 지지자들의 모습,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 한복판에서 사회주의를 외치는 목소리는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미국은 어디로 가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걸까. 


안 교수는 책에서 지금 미국에서 트럼프와 샌더스 현상, 오바마의 부활, 클린턴 대망론을 둘러싼 분석들은 

단순한 정세 평가가 아닌 '문명사적 전환'이라는 분석틀 안에서 봐야 풍부한 이해와 정확한 전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문명사적 전환이라는 소용돌이에 있다면, 곧 전세계가 그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게 될 것이다. 

책을 덮고 전화기를 들었다. 변화의 물결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했다. 


안 교수는 미국이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맞아 주인(주류 세력)이 교체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트럼프, 샌더스, 오바마, 클린턴 간의 쟁투는 이민이나 경제불평등을 둘러싼 투쟁이나 공화당 대 민주당의 정당간 

일상적 경쟁을 넘어선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미국 대선은 세계관, 비전, 시대적 꿈과 감수성, 경제적 양식을 포함한 

삶의 문법과 스타일, 이를 반영하는 주체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문명 전환기의 투쟁"이라고 했다. 


안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 중년 남성층, 기존 보수층, 화석연료 기반 기업들은 근대 문명 초기의 

주인이었다. 그는 트럼프 현상을 퇴조해가는 백인 문명의 최후 단계에서 나오는 절망적 복고 운동이라 정의한다. 


반면 샌더스 현상은 근대 진보주의 황금기에 대한 복고적 꿈과 젊은이들의 미래적 가치가 결합된 과거와 미래의 

전략적 연합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새로운 리더인 오바마와 힐러리 그리고 일론 머스크 회장 등은 근대 산업주의를 넘어 미국을 

미래 기업국가로 전환시키려 한다고 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 / 사진=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 / 사진=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 "美, 문명의 충돌 벌어지고 있어…'위대한 미국'에 대한 생각 서로 달라"


- 이번 미국 대선을 ‘문명사적 대전환기’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봤다. 어떤 의미인가. 


"보통 정치학계에서는 대선을 분석할 때 주요 인물 비교나 공화당의 시장 중심, 민주당의 정부 개입 중심 등의 정책 비교를 

주로 한다. 그런데 실제 미국에 가보니 이번 미국 대선을 이렇게 평면적으로 접근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정권교체를 하느냐, 마느냐의 상황이 아니다. 미국 건국 이후 지금껏 미국 사회를 지탱해온 정치·경제적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충돌하고 있었다."


- 문명사적 대전환이라고 했는데 '문명'의 의미가 무엇인가. 


"정치와 경제, 라이프 스타일, 인구 분포 등 사회 전반에 총체적으로 걸친 세계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단순히 '문화적 차이'가 아니다. 문명의 변화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론'과 유사한 논리다. 

헌팅턴의 문제의식은 이분법적이라 위험하지만, 분명히 생각해 볼 만한 함의가 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지금 우리와 북한은 한반도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다른 문명권에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지금 미국 내에서 불고 있는, 불었던 트럼프 열풍, 샌더스 현상은 문명의 충돌이다. 

트럼프와 샌더스의 지지자들은 '위대한 미국'을 서로 다르게 정의한다. 

이 차이가 어디서부터 오는 지를 놓치면 깊이 있는 분석을 할 수 없게 된다."


- 흥미로운 분석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맞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는 설명인가?


"그렇다. 이른바 지금 미국은 '비동시성의 동시성' 시대를 살고 있다. 

트럼프는 지금 근대 초기로 되돌아 가고 싶어한다. 오바마는 그보다 시간축이 훨씬 앞서 있다. 

오바마는 '생태적 기업국가'(ecological enterprise state)라는 문제의식이 있다. 

힐러리의 시간축은 오바마보다는 뒤쳐져 있다.

이러한 차이를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념과 정책적, 문화적 차이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지금 공화당과 민주당은 쉽게 타협하기 어렵다. 서로 세계관과 시계축이 다르다. 

이런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문명이라는 다소 위험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했다." 


- 지금까지 미국 대선을 관통하던 주요 아젠다는 낙태, 동성애 등 윤리적 가치에 기초한 이슈들이 많았다. 

미국 대선에서 패러다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면 기존 대선에서 다뤄지던 이슈들 외에 기저에 흐르는 

다른 중요한 아젠다가 있다고 보나. 


"그렇다. 기존 대선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 구도가 명확했다. 낙태와 동성애에 대한 찬반이 확실했다. 

하지만 동성애 등 윤리 이슈들은 이제 공화당, 민주당 모두에서 지지층을 세력화 하는데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보수든 진보든 동성애를 삶의 여러 가지 라이프 스타일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령 보수라고 해도 자기 자식이 동성애자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념적 대결 축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이 (논란의 축이) 된 셈이다. 

이처럼 백인들이 기존 문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더 이상 이슈가 안 되는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이민 문제가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주요 문제로 등장했다. 

이민 문제는 윤리적 문제와는 다르다. 기존 대선과 문법적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 과거에는 가치중심적이었다면 이제는 일자리 등 실생활과 관련된 이슈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인가. 


"맞다. 더 큰 변화도 있다. 가령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기후 변화 이슈에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집권을 거치면서 더 진보적인 태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더 달라진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생태적 아젠다가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작아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변화다."


- 오바마, 힐러리가 생태적 기업국가(ecological enterprise state)를 지향한다고 했다. 

'생태적'과 '기업국가'는 서로 모순되는 단어의 결합 아닌가. 어떤 의미인가. 


"여기서 생태적이란 근대 민족국가의 틀을 넘어서는 지속가능성, 네트워크 등과 같은 미래 가치와 성장 동력이 

미국 사회 전반의 작동 원리로 뿌리내린다는 걸 의미한다. 기업국가란 새로운 미래가치를 지향하는 국가가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 철저한 파트너십 속에 글로벌 주도권을 쥐게 된다는 걸 뜻한다."


- 그렇다면 생태적 기업국가는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나


"힐러리의 주장으로 대표되는 생태적 기업국가트럼프의 복고적 반동보다는 진보적이다. 

하지만 이는 기존 근대 산업주의 문명과의 완전히 단절된 새로운 문명이라기 보다는 이행기에서 나타나는 절충적 

행태를 띌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강고한 다국적 자본과 군사주의, 기술주의에 대한 유토피아적 숭배, 

민족국가의 이기적 욕망과 세계시민 질서의 관리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상 징후는 이행기 체제의 특징이다."


- 대선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감지되고 있는 또 다른 변화의 물결이 있나.


"경제적 이슈를 보자. 과거 대선에서는 한동안 여야 모두 중도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른바 '김종인 체제'처럼 과거 미국 대선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중도로 가는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민주당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공약했다. 

오바마의 '텐텐'(최저임금을 10달러10센트로 올리겠다는 공약)보다 한참 더 나아간 것이다. 

엄청난 일이고,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공약이다."


- 최저임금 인상은 샌더스의 영향으로 봐야 하나?


"그렇다."


- 책에서 또 하나 짚어봐야 할 포인트가 미국 인구구조의 변화다. 

특히 히스패닉을 중심으로 한 이민 세력의 등장을 강조했다. 어떤 의미인가. 


"사실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최근 미국 사회에서 히스패닉의 부상을 주목하는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연구의 핵심이 바로 미국 사회가 대선 치를 때마다 백인 인구는 2%씩 줄고 있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히스패닉은 무섭게 늘고 있다. 백인 입장에서는 굉장한 공포다."


[비즈 인터뷰] 안병진 "트럼프 대 힐러리 미 대선 본질 아냐…주류 교체·패러다임 전환 놓고 대충돌"

◆ "美, 위대한 미국을 향한 도전과 위대했던 미국으로의 

회귀 간의 대충돌 벌어져"


- 미국 대선 캠페인 과정을 두 달 여간 지켜보고 왔다. 

샌더스 현상을 실제로 보고 온 소감은 무엇인가


"샌더스 현상은 탈근대적 현상은 아니다. 

미국 사회 일부는 금융위기를 거치며 건국 초기부터 지속해 온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 그 중에서 가장 빠르게 진화해온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파산 선고를 내렸다.

샌더스 현상은 이러한 근대적 자본주의 모델을 뜯어고쳐서 유럽식으로 

가자는 정신을 대변한다."


- 샌더스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대체 뭔가. 


"저는 샌더스 현상을 미래지향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방어적 현상이다. 기존의 자본주의 체제가 무너졌다는 신호, 

이를 유럽식 모델로 극복하자는 일종의 동경이다. 

샌더스 현상에서 비판해야 할 지점은 21세기 자본주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로 하면 노회찬,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0년 넘게 외치고 있는 목소리와 같은 셈이다. 

샌더스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노회찬, 심상정처럼 그 자리에서 오랜시간 같은 얘기를 해왔는데 

이 얘기에 호응하는 새로운 세대가 나타난 것이다. 

이 새로운 세대가 샌더스의 목소리에 호응하면서 "우리 생각과 똑같다"고 외치면서 확산된 게 바로 샌더스 현상이다."


- 우리도 다음 대선에서 샌더스 현상 같은 상황이 나타날 거라고 보나. 우리 사회엔 아직 '월가를 점령하라'는 식의 

운동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밑바닥에는 이런 흐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가능하다고 보지만 미국만큼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인구학적 분포가 젊은 세대들에게 유리하지 않다. 

무엇보다 486세대들이 혁신적이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미국보다 훨씬 더 망가져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번 총선 결과가 바로 이런 흐름을 대변한다. 모두가 깜짝 놀라지 않았나. 

지금 우리 정치인, 지식인들은 사회 지층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흐름을 제대로 포착해 내지 못하고 있다. 

가령 '헬조선' 담론은 지배적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혁명적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 정치인들이 이런 흐름을 포착하고 움직이는 게 약하다. 

안철수 현상, 반기문 신드롬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안철수 현상은 이미 소멸됐지만."


- 미국이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반대로 민주주의 기반은 바닥으로의 질주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라는 책에 잘 나타나듯 미국인은 점점 '시민'에서 '고객'이라고 불리는 존재로 변해가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런 구조 속에서 미국이 도도한 혁신의 흐름을 끌어내는 힘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인가. 


"예리한 질문이다. 미국은 혁신의 제국이다. 혁신하는 힘이 있다. 매일매일 혁신이 일어나는 나라다. 

미국 민주주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걸 포착하는 만큼 미국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구글 같은 곳에서 기존과 다른 민주주의의 실험을 하고 있다.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를 극복할 '임파워링(empowering·권한 배분) 데모크라시'도 

분명히 같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샌더스 현상이 가능한 것이다. 

기존의 정치학 교과서대로 지금 미국 사회를 보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있다."


- 자칫 큰 인종 갈등이 번질 수 있던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놀라운 은총)를 

부르며 화합을 촉구하는 장면을 미국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측면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오바마 연설에는 영성적 힘이 있다. 

정치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좁게 정의내릴 필요는 없다. 

정치란 인간의 영혼을 고양시키느냐, 퇴행시키느냐 등의 정신적 부분까지 건드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오바마의 연설은 굉장히 고차원적이다. 

오바마가 감동을 준 것은 인간의 영혼, 우리 속에 담겨 있는 그 무언가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흔한 말로 진정성이 있었다."


- 영성의 힘이 있는 연설이라는 게 뭔가. 


"우리가 연애 할 때 상대방 때문에 '더 좋은 사람이 됐다'고 느낄 때가 있지 않나. 그런 거다. 

오바마의 연설 속에서 '더 좋은 인간으로서의 가능성'을 느낀 것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이 왜 그토록 큰 힘이 있었나. 단순히 흑백 통합의 메시지 때문이 아니다. 

그 속에 우리의 영혼을 건드리는 영성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 우리 정치인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사실 우리 정치인들은 연설을 할 때 이런 부분을 가급적 배제한다. 


"영성의 힘이 곧 종교가 아니다. 이런 거다. 세월호 참사라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고가 났는데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연설이 나왔나. 아니다. 없었지 않나. 창피한 일이다. 단순히 연설 능력이 없는 게 아니다. 

시대 정신을 읽어내고 시민들의 깊은 곳과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반대로 트럼프 현상이나 보호무역으로의 회귀 등 다른 현상도 분명 나타나고 있다. 

이 흐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분명하다. 그만큼 미국 사회가 망가진 것이다.

나는 트럼프가 영화 '다크나이트'에 나오는 '조커' 같다. 

조커는 영화 속에서 인간의 가장 저열한 부분을 건드린다. 

지금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은 자살률,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붕괴하고 있다는 증거다. '위대했던 미국'이라는 추억으로 회귀하고 싶은 거다."


- 그럼에도 또 한편으로는 '위대한 미국'을 향한 미국 사회의 도전과 혁신은 계속 되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맞다. 그 두 흐름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신(新)진보주의 경향과 트럼프 현상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오바마를 지지하는 층에서 생태적 기업국가의 실험에 공감하면서 이를 힘 있게 밀고 나가고 있다. 

동시에 경제적·사회적 양극화와 같은 아래로의 질주도 역시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이 각자의 이념과 입장에 따라 한 측면만 과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 우리의 경우 앞으로 밀고 나가는 움직임은 적은데 아래로의 질주는 속도가 너무 빨라 보인다. 

특히 세대간, 계층간 갈등과 양극화는 정말 심각해 보인다. 


"우리는 지금 압축성장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 역시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다. 

내 어머니는 일본 순사에게 당시 소학교(지금의 초등학교) 교육을 받았다. 

당신의 손자는 아이패드로 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 격차는 상호간의 소통과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


- 어떻게 이 간극을 좁혀야 하나.


"정치인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 여야를 떠나 이럴 때일수록 서로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이 그저 꼰대 노인인가. 아니다.

 '네이션 빌딩'(nation building)을 할 때의 기반, 공감대, 공통의 가치를 찾아 통합하고 공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 산업화 세대의 아버지와 민주화 세대의 자식은 서로 생각이 다르지만 그 안에 분명히 공유하고 있는 가치가 있다. 

이걸 정치인들이 찾아 통합의 노력을 해야 한다."


[비즈 인터뷰] 안병진 "트럼프 대 힐러리 미 대선 본질 아냐…주류 교체·패러다임 전환 놓고 대충돌"


◆ "美, 세계 각지의 꿈을 실험해 보는 용광로"


- 책에서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혁신의 움직임이 그야말로 혁신적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현상과 반대되는 혁신의 흐름이 구글, 페이스북 등에서 일어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아프리카 복지 사업으로 시선을 돌렸고, 국가가 도맡아야 할 우주 개발에 뛰어드는 기업가도 나왔다."


- 반면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고 있다.


"클린턴조차 그렇다. 우리와 중국, 대만 등이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 역시 미국 내에서 일고 있는 트럼프 현상과 

맞닿아 있다. 이 흐름이 경제에서는 보호무역주의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 경제에서도 두 개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새로운 문명으로 전환하면 그로 인해 이해관계에서 불이익을 보는 이들이 나온다. 

이런 절망감이 미국 사회에 분명히 있다. 또 반대로 미국의 초엘리트들은 세계시민으로서 국제질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지를 고민한다. 전세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고민하는 계층이 있는 반면, 소위 루저라고 불리며 내몰리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당연히 모순이 나타나고 충돌이 벌어진다."


- 클린턴이 혁신 기업들과 더 가까워 보인다.


"클린턴은 한편으로는 사회적 약자들을 달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일론 머스크 회장와 같은 사람들과 초첨단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초국적 자본과 결합할 가능성도 있다."


- 왜 미국에서 이런 혁신기업들이 많이 나오는 것인가.


"미국은 꿈의 국가다. 혁신의 동력이 바로 꿈이다. 이민 국가의 힘이기도 하다. 꿈의 크기가 다르다. 

이를 가로막지 않고 키워준다."


- 더 구체적으로 묻고 싶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은 미국이 이끌고 있다. 

왜 이런 흐름이 미국에서 나타나는 것인가. 

과거 막스 베버는 유럽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가 자본주의 정신을 낳았다고 주장했는데, 

미국이 다른 나라와 다른 게 대체 뭔가. 


"미국은 지금 세계 각지의 '또라이'들이 꿈을 실험해 보는 용광로다. 

연방주의적 제도와 그 경험들이 이를 가능케 하는 문화적·제도적 결과를 낳고 있다."


-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정치가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분명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데에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과거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정치는 삼류'라고 한 말에 공감한다. 

삼성이 목숨 걸고 하면 지금의 위치는 유지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우주를 향해 달려가는 일론 머스크 회장과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아무도 없다. 

우리 파워엘리트를 만나면 중국과 일본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의 통찰력이 얼마나 떨어지는 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생각한다."


[비즈 인터뷰] 안병진 "트럼프 대 힐러리 미 대선 본질 아냐…주류 교체·패러다임 전환 놓고 대충돌"


◆ "힐러리 승리 예측…韓 대선, 3자구도로 무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


- 미국 대선 결과는 어떻게 될까.


"트럼프는 너무 나갔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보면 클린턴이 이길 거라고 본다."


- 내년 한국 대선은 어떻게 판이 짜여질까. 지금 예측되는 3자 구도로 진행될 거라고 보나.


"이건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내년 대선이 지금 예상하는 것처럼 반기문, 문재인, 안철수의 경쟁으로 

무난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 어떤 다른 흐름이 나타날 거라고 보나.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2018년을 전후해 큰 흔들림이 있을 거라고 본다. 

이번 대선에서는 그 징후가 나타날 거라고 본다. 우리도 지금 글로벌 대전환기에 놓여 있는 나라다. 

문제는 긍정적 흐름과 퇴행적 흐름이 부딪치는 그런 구도가 나올 것인가 여부다. 

그렇지 않고 대위기가 덮쳐 온다면 우리 사회가 이를 힘 있게 버텨 나갈 수 있을 지 걱정이 된다."


[조선비즈 새책]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부터 '거짓말이다'까지


340.942-ㅇ213ㅁ

[정독]인사자실(2동2층)

[강서]2층 인문사회

자연과학실

[조선비즈 새책]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부터 '****'까지

(조선비즈 문화부 이동근 인턴 기자 2016.07.30)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 안병진 지음

(주)메디치미디어|2016272쪽|1만6000원


“미국과 한국은 자수성가의 나라이다. 이민지로 혹은 잿더미 위에서 새로이 출발한 

국가로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역동성이 있다. 미국 영화 ‘파 앤 어웨이’나 한국 영화

‘국제시장’은 모두 힘겹게 부동산과 사업을 일군 자수성가 DNA에 대한 증언이다.”


세계는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설마설마 했던 브렉시트도 일어났다. 

이제 남은 건 미국 대선이다. 

이번 대선은 단지 힐러리대 트럼프의 대결이 아니라 미국 건국 초기의 근대적인 문명의 

틀과 주도세력이 모두 바뀌는 대전환기라고 볼 수 있다. 

뉴스쿨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은 경희사이버대학교 안병진 교수의 주장이다. 

이미 미국은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미국 건국 이후로 미국 사회의 주류를 구성하던 백인 중심의 제조업 문명에서 

새천년 세대와 다인종 연합 세력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새천년 시대는 ICT 기술과 자유와 평등의 정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다크나이트(오바마와 힐러리), 아이언맨(트럼프), 캣니스 에버딘(샌더스)과 같은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정치인의 특징을 설명하는 점이 흥미롭다. 2016년 대선과 

그 미래는 이 영웅 모델들 간의 각축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 블로그 내에 같이 읽을만한 게시물 : >


< 트럼프를 예고한 책들 >

관련 주제의 책들을 묶어 놓은 것은 

국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정치현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트럼프를 예고한 책들"을 묶어 소개한 '슬로우뉴스'를 요약과 링크로 올린다.

앞으로 전체 기사를 올릴 생각이다.


'어제'는 트럼프 대통령을 진담으로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입니다. 

미국 내 갈등과 분노, 그리고 유권자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 등 트럼프 시대를 예고한 책은 적지 않습니다. 

‘트럼프 시대’를 예고한 12권의 책을 두 번에 걸쳐 나눠 소개합니다. (편집자)


•→ 러스트 벨트와 백인 남성의 반란 (1권~9권)

•주류정치의 실패와 거대한 역설 (10권~12권)


트럼프를 예고한 책들 : 러스트 벨트와 백인 남성의 반란

(필자: 임명묵 2016-11-14)

http://slownews.kr/59789


1.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2. 가치관의 탄생 (이언 모리스) 

3. 인디스펜서블 (가우탐 무쿤다)

4. 도시의 승리 (에드워드 글레이저)

5. 직업의 지리학 (엔리코 모레티)

6. 제2의 기계시대 (에릭 브린욜프슨·앤드루 맥아피)

7. 인간은 필요없다 (제리 카플란)

8. 남자의 종말 (해나 로진)

9. 엑소더스 (폴 콜리어) 



트럼프를 예고한 책들: 주류정치의 실패와 거대한 역설

(필자: 임명묵 2016-11-15)

http://slownews.kr/59808


10. 플루토크라트(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박세연/ 열린책들/ 2013/ 488 P 

332.62-ㅍ82ㅍ/ [정독]인사자실(2동2층)


11.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

매튜 A. 크렌슨,벤저민 긴스버그 지음/ 서복경/ 

후마니타스/ 2013/ 524 p.

340.22-ㅋ814ㄷ/ [정독]인사자실(2동2층)/ [강서]2층


12.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풀지 못한 문제

이언 모리스/ 최파일/ 글항아리/ 2013/  1006 p
909-ㅁ538ㅇ=2/ [정독]인사자실(2동2층)/ [강서]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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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어보지는 않아서 목록에 넣지는 않았지만 

[도시의 승리] 저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쓴 [복지국가의 정치학] 역시 유사한 문제의식을 심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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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묵/ 초대필자 :

전문성이 부족한 학부생입니다. 

세계를 설명하는 많은 지식들이 서로 연결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