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환하게 세계를 보듬는 모습은 시진핑(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올 1월 제47차 다보스포럼에서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는 “자유무역의 수호자인 중국에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또 “누구도 무역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다”며 보호주의 무역을 내세운 미국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 주석은 주변국 외교의 큰 줄기로 ‘친성혜용(親誠惠容)’을 강조해 왔다. 주변국과 친하게 지내고(親), 성실하게 대하며(誠), 혜택을 나누고(惠), 포용하겠다(容)는 내용이지만 현재 중국의 행태와는 모순된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한술 더 떴다. 그는 “대외 개방을 적극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환경을 최적화해 나가겠다”며 “서비스업과 제조업에서 외자 접근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 조달 사업에서 내·외자 기업에 동등한 대우를 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불과 며칠 전 중국 상무부가 한국 기업 불매운동과 관련해 “롯데가 중국의 이익을 침해했기 때문”이라는 태도를 보여 놓고 다시 외국 기업에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사드 보복에 따른 한국 기업의 피해를 외면하고 현대차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에는 중국 랴오닝성 업체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로 인해 북한 수산물 수입을 못하게 돼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르포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와 경제를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연계시킬 수 있는 중국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두 얼굴이 될 수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사드 보복은 언제든지 정치적인 이유로 시장 질서에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외국 기업에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인구 수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해외 기업에 폐쇄적이고 각종 텃세와 규제도 심하다. 백권호 영남대 경영대학장은 “기존 한국-중국의 분업 구조가 해체되고 있는 상황이라 사드 갈등이 해소되더라고 한국 기업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