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美國消息

<뉴스분석>이용호 발언에 정면대응 나서는 미국

바람아님 2017. 9. 27. 08:40
[중앙일보] 입력 2017.09.26 11:37

북한 이용호 외무상의 "미국이 선전포고했다" "미 전략폭격기들이 우리 영공을 넘지 않아도 자위적 대응 권리 보유하게 됐다"는 발언은 미 정부와 전문가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미국 독자적 군사행동 가능성을 지적한 로버트 갈루치 미 국무부 전 대북특사(가운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는 이). 그 오른쪽 옆은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사진=김현기 특파원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미국 독자적 군사행동 가능성을 지적한 로버트 갈루치 미 국무부 전 대북특사(가운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는 이). 그 오른쪽 옆은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사진=김현기 특파원


25일(현지시간) 강경화 장관이 기조연설자로 참여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심포지엄에서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특사는 폭탄발언을 했다. 평소의 신중한 성격과 달리 그는 "내가 오해하고 있는 지 모르지만 난 몇 시간 안에(within hours) 우리(미국과 북한)가 군사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괌 주변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떨어지거나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혹은 우리가 ICBM이라 판단하는 미사일을 고각이 아닌 정상각으로 발사한다면, 미사일이 미 전투기나 다른 항공기에 근접하는 일이 있다면 미 국방부 장관이 '게임 시작!'이라 말하는 게 결코 이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갈루치 전 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 승인 없이는 우리(미국)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내게 확언했다'라는 투의 말을 한 것으로 아는데, 그럴(한국의 승인을 얻을)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희망과는 달리 미국이 독자적 군사 작전에 나설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중앙포토]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중앙포토]


CNN은 복수의 미 국방부 관료를 인용, "다음달 말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를 한반도 인근 해상에 투입해 한국군과 합동훈련을 벌인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정됐던 훈련으로 최근 북한 도발과는 무관하다"면서도 이 외무상의 '선전포고' 운운으로 긴장이 고조돼 있는 상황에서의 투입이란 점에 주목했다. 로널드 레이건함은 2003년 취역한 니미츠급 항모로서 슈퍼호넷(F/A-18) 전투기, 그라울러 전자전기(EA-18G), 공중조기경보기(E-2C) 등 항공기 80여 대가 탑재돼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말 합동훈련에서 지난 23일의 B-1B 최북단 비행과 유사한 압박 훈련이 이뤄질 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 정부 관계자들도 이날 민감하게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맥매스터 보좌관.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맥매스터 보좌관. [AFP=연합뉴스]


이 외무상의 발언이 있은 지 4시간 후인 이날 오후 3시 전쟁학연구소(ISW)가 개최한 포럼에 참석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작심한 듯 북한에 대한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미국은 북한과의 전쟁을 피하길 바라지만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다"며 "미국은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획득하는 걸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위협을 '완전히 해결할(gamed out)' 4~5가지 시나리오를 찾고 있다"며 "일부는 다른 해결책보다 더 험악하다(uglier)"고도 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이처럼 구체적인 시나리오 숫자를 제시하며 '전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는 또 "북한은 미국과 협상하기 전, 핵시설 사찰을 받아들이고 핵무기를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선언(declare)해야만 한다"며 '핵동결' 만 갖고는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임도 명백히 했다. 북·미 간 '말 폭탄' 강도가 갈수록 높아져 가는 가운데 미국 대응도 강경에서 초강경으로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악관도 이날 북한의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선전포고한 적이 없다"며 "솔직히 그런 주장 제기(suggestion)는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 나라가 국제공역에서 다른 나라의 비행기를 향해 타격한다는 것은 결코 적절한 일이 아니다"라며 "미 행정부는 계속해서 그 지역을 지킬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북한 영공이나 영해가 아닌 국제공역에서 전개되는 미 전력을 향해 북한이 군사대응을 하는 건 자위권을 넘어선 명백한 불법적 무력사용이란 점을 못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로버트 매닝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만약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우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을 다룰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고위 정부관계자를 인용, "지난주 이용호 외무상이 말한 '태평양 상공에서의 역대급 수소탄 시험' 위협을 트럼프 행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펜타곤(국방부)과 정보기관들은 지난 주말에 걸쳐 군사적 선제타격(preemptive)을 비롯 이(수소탄 발사시험)에 맞설 대응방안을 백악관을 위해 마련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아직도 미 정부의 기본 방침은 '외교적 해결'에 있음은 틀림없다. 하지만 북한의 수소탄 태평양 공중폭발이나 국제공역에서의 도발이 있을 경우 무대응으로 있을 순 없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져가고 있음도 분명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있어선 안 된다"는 우리의 목소리가 얼마나 정확하고 확고하게 전달돼 반영될 것인가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