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38] 소비자는 빨간색 캔이 더 좋아

바람아님 2017. 10. 16. 11:47

(조선일보 2017.10.16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코카콜라의 하얀색 캔.
코카콜라의 하얀색 캔. 세계 야생동물 보호 기금 후원을 위해 기획했으나 한 달여 만에 철회. 2011년 출시.


"코카콜라 캔이 하얗다고?" 코카콜라 하면 으레 빨간색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릴 만하다.

그러나 실제로 하얀 코카콜라가 시판된 적이 있다.

2011년 11월 초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연말 대목을 앞두고 코카콜라는 당시 화두였던 지구온난화 문제를 제기하며

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야생동물기금을 후원하자는 마케팅 캠페인을 실시했다. 북극을 상징하려고 콜라 캔의 색깔을

흰색으로 바꾸었으며, 회색 눈 위를 줄지어 이동하는 곰 가족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아울러 100만달러의 모금을 목표로 고객들에게 세계야생동물기금에 1달러씩 기부하자는 문구를 삽입했다.


코카콜라 측은 큰 호응을 기대했지만, 막상 고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가장 큰 저항은 다이어트 콜라가 담긴 은색 캔과 혼동된다는 것이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다이어트 콜라를 마셔야 하는데 헷갈려서 일반 콜라를 샀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한 콜라 맛이 싱거워졌다는 불평도 쇄도했다. 안에 담긴 콜라는 똑같은 것인데도 캔이 하야니까 맛이 민숭민숭해졌다고

느낀 것이다. 예기치 않은 반응에 당황한 코카콜라는 당초 새해 2월까지 이어가려 했던 캠페인을 단축하여 12월 초부터

하얀색 코카콜라 캔의 리콜을 결정했다.

실패의 원인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제기하면서 북극곰 가족의 보호를 내세우니 마음에 잘 와 닿지 않는다는 점과

소비자들은 하얀색 콜라를 낯설어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이었다.

2017년 코카콜라는 대표색인 빨간색을 중심으로 전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을 정비했다.

일반 코카콜라는 빨간 띠에 '원래의 맛(Original taste)', 코카콜라 제로는 '무설탕(Zero Sugar)'이라고 표기하는 등

단순화했다. 소비자들의 기억에 각인되어 있는 제품의 색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은 모험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