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10.23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이노베이션)
가정용 진공청소기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1908년 미국인 제임스 스팽글러(Spangler)가 이동식 소형 진공청소기 특허를 획득했으며, 그 권리를 사들인 사업가
윌리엄 후버(Hoover)가 제품을 독점 생산하여 전 세계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한때 진공청소기 하면 후버라 할 만큼
많이 팔렸지만, 먼지봉투가 다 차면 먼지를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하게 되는 구조적인 결함을 갖고 있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여 진공청소기를 더욱 편리한 '생활의 이기(利器)'로 만든 사람이 영국의 산업디자이너 제임스 다이슨
(Dyson)이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왕립미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다이슨은
중력의 십만 배가 넘는 원심력을 발생시키는 열대성 저기압 사이클론의 원리를 활용하여 먼지봉투가 필요 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했다. 강력한 필터로 0.3미크론의 미세먼지까지 걸러내며, 먼지 통을 쉽게 비울 수 있는 사이클론 진공청소기는 곧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유사품 및 모조품이 다수 쏟아져나와 다이슨은 디자인권을 지키기 위한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V8 앱설루트 무선 진공청소기, 제조사: 다이슨, 규격: 210×250×1243㎜, 무게: 2.3㎏, 출시: 2016년.
그 와중에도 다이슨은 청소기를 쓸 때마다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던 전원 코드를 없애는 데 진력하여 2011년
무선 진공청소기를 개발했다. 2016년 출시된 세 번째 개량 모델인 V8 시리즈는 고성능 디지털 모터(회전력 11만rpm)로
15개의 사이클론을 형성하여 흡인력을 높였고, 리튬 건전지를 5시간 충전하면 40분간 쓸 수 있게 했다.
무게도 가벼워 한 손으로 들고 바닥, 벽, 천장 등 어디든지 청소하기 편하다.
코드가 없어 사용 편의성이 향상된 무선 진공청소기의 호조로 다이슨의 2016년 매출은 25억 파운드(약 3조7300억원)를
기록했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의 다음 작품은 무엇일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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