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19차 당대회(10월18~24일)는 외국에서 온 기자만 1818명으로 역대 최다, 보도자료도 무려 12개국 언어로 번역, 배포됐다고 한다. 한마디로 세계적 이벤트였단 얘긴데, 여기서 중국은 초강력 시진핑 2기정부의 탄생을 전 세계에 알렸다. 몇 가지 특징을 간략히 살펴보자.
첫째, 중국 공산당 최고 규칙에 해당하는 당 규약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이름을 딴 지도사상을 행동지침으로 집어넣었단 점이다. 소위 ‘시진핑의 신시대에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사상’이 그것이다. 중국 공산당 규약에 중국지도자 이름이 들어간 행동지침은 지금까지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2개뿐. 따라서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시 주석의 이름이 들어갔단 얘기는 시 주석이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같은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올랐음을 뜻한다. 일각에선 사상이 이론보다 격이 높다고 보면 이론으로 돼 있는 덩샤오핑을 뛰어넘어 마오쩌뚱과 동급의 권위가 부여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둘째, 그러나 외부에서 주목한 당주석제는 부활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당주석은 공산당이 국가보다도 위에 있는 중국 관점에서 보면 그야말로 최고의 권력과 지위다. 1945년 설치돼 1982년 폐지됐는데, 지금까지 마오쩌둥이 유일한 당주석이었다. 따라서 당주석 부활은 당연히 마오쩌둥을 연상시키고 나아가 마오쩌둥 말년의 문화대혁명이라는 대혼란과 고통으로도 생각이 이어질 수 있다. 아마도 이에 대한 강한 트라우마가 당주석제에 대한 반발로 작용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셋째, 상무위원 인선도 핵심적인 관심대상이었다.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를 제외하고 5명이 모두 물갈이됐다. 그중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과 자오러지 중앙조직부장은 시진핑계열, 왕양 부총리는 후진타오계열, 한정 전 상하이시 서기는 장쩌민계열이다.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는 주로 이론을 제공한 사람으로 장쩌민, 후진타오에 이어 시진핑 때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적으론 중립적이라고 보면 상무위원회도 전체적으로 시진핑계열이 우세하다는 판단이다.
최대 관심사였던 왕치산은 상무위원회에 재선임되지 않았고 중앙위원에서도 물러났다. 왕치산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로서 반부정부패를 진두지휘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시장에선 재선임 예측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역시 칠상팔하(67세 이하는 지도부에 들어갈 수 있으나 68세 이상은 퇴임)라는 중국 공산당의 관행을 깨뜨리기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다른 시각에서 해석하는 사람들은 현재 69세인 왕치산이 상무위원에 남게 되면 이는 바로 5년 후 69세가 되는 시진핑 주석의 3선 포석으로 연결될 수 있어 이에 대한 견제가 컸기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물론 왕치산이 완전히 퇴임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과거 예를 보면 저우샤오촨( (周小川) 인민은행총재는 2012년 11월 18차 당 대회에서 중앙위원에서 퇴임했지만, 다음 해인 2013년 3월 정치협상회의 부주석에 취임한 바 있다. 게다가 왕치산은 원래 경제, 금융분야의 전문가다. 얼마든지 경제금융분야에서 솜씨를 발휘할 수도 있단 얘기다.
넷째, 당대회 개막식에서 시 주석이 읽은 보고의 양과 내용도 빼놓을 수 없다. 무려 3만1900여자, 68쪽 분량의 보고서를 3시간26분 동안 읽어내려 화제가 됐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2012년 연설시간의 2배에 달해 시장에선 시 주석의 권력이 그만큼 강력하고 공산당에 대한 통제력이 더 강화됐다고 본다. 보고내용에서 관심을 끈 건 중국의 발전조건을 2단계(2개의 15년)으로 설정한 것이다. 2단계란 2020년까지 실현될 전면적인 소강사회를 기반으로 2020~2035년 ‘신형국가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와 2035~2050년 ‘최고의 사회주의 현대화강국 건설하기’를 말한다. 한마디로 시진핑 주석이 말하는 ‘중궈멍’(中國夢)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정유신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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