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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속 외교]①시진핑의 만한전석, 70대 노인 트럼프에게 차려준 속내는?

바람아님 2017. 11. 11. 09:00
아시아경제 2017.11.10. 10:00
(사진=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의 첫 중국방문이 있었던 지난 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중국의 황궁인 자금성(紫禁城)으로 초청해 만한전석(滿漢全席)을 대접했다. 외국 정상이 온전히 하루 일정을 자금성에서 보낸 것은 처음이었기에 이를 두고 중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황제의전'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날의 진짜 '황제'는 정말 트럼프 대통령이었을까? 만한전석이란 음식의 유래를 생각하면 그렇게만 보기가 힘들다. 만한전석은 원래 청나라의 최전성기라 불리던 강희제(康熙帝)와 건륭제(乾隆帝)시기, '천수연'이란 잔치에서 비롯된 만찬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청나라의 여러 종족들은 물론 주변 신하국들의 노인들까지 초청해서 즐겼던 만찬이다.


이 만한전석을 만든 주인공인 강희제는 자신의 65세 생일 축하연에 청나라 전국의 만주족과 한족 중 65세가 넘는 문무대신과 노인들을 불러다 만찬을 즐겼다. 이것은 청나라를 구성하는 양대 종족간의 화합을 의미했다. 건륭제 때 이르러서는 만주족과 한족은 물론 조선 등 주변 조공국들의 문무대신 및 노인들도 합쳐 3000여명을 초청해 성대한 만찬식을 열었다. 이는 황제국인 청조의 위세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외교적인 행사였던 것이다.

만한전석 만찬상을 재현한 모습(사진=베이징관광국)


그런데 마침 올해는 1953년생인 시진핑 주석이 만으로 64세, 동양식으로 치면 예순다섯살이 되는 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46년생으로 올해로 만 71세다. 그의 직함을 떠나 단순히 생각해보면 트럼프 대통령도 65세 이상의 외국 노인이다. 강희제와 건륭제가 자금성으로 65세 이상 타국 노인들을 초청해 열었던 만한전석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더구나 이번에 시 주석은 특히 건륭제가 애지중지하던 후원인 건복궁(建福宮)을 개방하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자금성 구석구석을 주빈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19차 당대회를 통해 장기집권의 길을 열고 명실상부한 황제의 권력을 얻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 주석이 자금성의 집주인 모습으로 먼 미국에서 온 '손님'을 대접한 것. 결국 이번 자금성 만한전석 연회의 실제 '황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시 주석은 중국 황제들이 외국 사절들에게 베풀던 '회사품(回賜品)'도 확실히 챙겨줬다. 2500억달러에 이르는 투자계약 합의서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고 화답했다. 이 계약들은 수치상으론 화려하지만 양해각서(MOU) 수준으로 체결된 것들이라 얼마나 잘 이행될지는 불투명한 '생색내기용' 계약들이었다. 가장 민감한 사항이었던 대북문제나 중국 내 인권문제 등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중국을 공격하던 포인트들은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고 넘어갔다. 한국과 일본이 '새우' 싸움에 몰두하는 동안, 중국은 명예와 실리를 모두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