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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테러지원국 지정에 얼어붙는 한반도..文대북구상도 먹구름

바람아님 2017. 11. 22. 09:17

머니투데이 2017.11.21. 15:57

 

[the300]中특사 방북 빈손에 트럼프 '결단'..지난 2달여 북미 해빙기→긴장국면으로, 남북관계도 악영향
/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이란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면서 북미 간 무르익던 해빙 무드가 사라지고, 다시 초긴장 상태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초강경 제재로 우리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주도적 역할을 할 여지가 줄어들면서 남북관계에도 당분간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9년만의 北테러지원국 재지정 배경은=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일정 부분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 2월 김정남이 대량살상무기(WMD)인 신경작용제(VX)를 통해 암살당하고,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6월 사망하면서 미국 내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론이 거셌다. 미 하원 의원들의 요구도 빗발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계속 거론하며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재지정을 수차례 유보했다. 북한과 비핵화 대화 국면을 모색하려는 상황에서 타협점을 찾으려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 보고 연설에서 예상과 달리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다. 이후 그는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이 시진핑 국가주석 특사로 방북하는 것과 관련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중국의 역할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북한 매체에서 쑹타오 부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이례적으로 보도되지 않는 등 중국의 방북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전격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결단내렸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측이 북한에 미중 정상회담 결과 등을 설명하며 비핵화 협상에 호응할 것을 설득했으나 북한이 뿌리쳤을 가능성이 높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가 큰 기대를 했던 것 같은데 쑹타오는 김정은을 만나기도 어렵고 협상테이블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만났어도 결과를 발표할 수 없다"며 "중국이 대북제재를 강력히 하는 상황에서 북중 우호관계 하겠단 건 김정은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는 쑹타오의 성과와 무관하게 이미 재지정을 결론내렸을 수도 있다. 김정남 암살과 웜비어 죽음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북미관계 급랭…남북관계 악영향 불보듯=미국의 이번 조치는 유엔 안보리 결의 및 독자제재로 2중·3중으로 진행해온 대북제재·압박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북미 간 긴장고조가 불가피하다. 지난 60여일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국면 전환을 이루기 위한 북미 간 물밑접촉은 일단 무위로 돌아갔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이미 북한에 안보리 제재 등 최고의 제재를 한다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더 추가될 건 많지 않지만 북한에 심리적 압박은 줄 수 있다"며 "테러지원국과 대화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당분간 북미 관계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미국이 선전포고를 했다고 보고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위한 강력한 반발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이나 핵실험 등 초강경 맞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인 '베를린구상', 대북 인도적 지원, 나아가 남북 대화 추진 등이 줄줄이 난관에 봉착,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할 입지가 더욱 줄어들었단 지적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은 ICBM급 시험발사를 할 가능성이 높고, 유엔 안보리 결의는 더욱 세게 나가 대북 원유공급 절반 혹은 완전 차단까지 갈 것이다"며 "북한은 제재 강화 분위기 속에 장거리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해 핵보유국을 인정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수용하라고 압박하면서 긴장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희생양은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반도 운전자론'은 북미대화가 진행될 때 우리가 소외되지 않고 주도하겠단 것이었는데 제재가 강화됐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외교적 공간은 더욱 좁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우리 정부가 좋은 시기를 다 놓쳤다고 본다"며 "미국은 북한에 대한 대화와 인도적 지원 차원의 원조도 통제하게 될 것이므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남북관계 복원이 더욱 어려워졌다. 평창평화올림픽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외교적 해법이 유효하다며 출구를 열어놓고 있어 아직 판이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북미 양측 모두 파국을 맞기 위해 극적인 대화의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남아있단 것이다. 실제 미국은 2014년 테러지원국이었던 쿠바와 관계복원을 선언하고 이듬해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33년 만에 삭제한 전례가 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