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7.12.15. 01:56
시간은 한국과 미국에 유리해
한·미 동맹이 억지력 강화하면
북한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
북한 공격을 위해서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경고가 먹혔는지도 모른다. 군사력 사용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는 구상을 일본 정부가 ‘명백하게’ 지지할 수는 없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조용한 메시지가 통했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미 행정부의 호전적인 대북 경고는 한동안 줄었다.
평양이 지난달 29일 화성-15형 미사일을 발사하자 군사공격 얘기가 다시 나왔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 레이건국방포럼(RNDF)에서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다루기 위한 ‘경주(race)’에 돌입했다고 경고했으며 “전쟁 가능성은 매일 증가하고 있지만 무력 분쟁이 유일한 솔루션은 아니다”고 말해 언론을 놀라게 했다.
다른 익명의 고위관리들 또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비전투원 소개작전(NEO)’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흐름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공격 임박’이라는 수사가 다시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미 행정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과 전개를 막기 위해 진정으로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을까.
새로운 경보음이 들리는 주된 이유는 화성-15형 미사일의 성능이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고체원료를 사용하는 도로이동식 미사일인 화성-15형 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 엔진이 보다 강력해졌으며, 9축 이동식 발사대(TEL)로 나무가 울창한 지역에 전개하면 탐지를 피할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화성-15를 선제타격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1년 내로 보다 많은 수의 미사일을 전개할 수 있고 대기권 재진입 시 탄두 연소를 막는 능력을 완성할 수 있다.
미 행정부는 의회에 예방 군사 옵션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았다. 이는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놓는다’는 구상과 계획에 대해 미 행정부 내에 합의가 없음을 의미한다. 군사 옵션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첫째, 군사 옵션이라는 압박 없이 대북 외교가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김정은이 전쟁이나 정권 붕괴 같은 생존 위협을 느끼지 않는 한 그가 압박에 굴복할 가능성은 없다. 외교가 최선이지만 외교가 성공하려면 보다 강력한 군사적 옵션이 필요하다. 둘째, 미국과 한국은 무력사용에 대비한 준비태세를 입증해야 한다. 핵무기만 있으면 북한이 사이버공격, 테러, 혹은 다른 도발 옵션으로 우리를 위협해도 응징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양의 오판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셋째, 미국은 핵무기 혹은 탄도미사일을 사용하는 북한의 공격을 물리치기 위해 보다 공세적인 옵션들을 준비해야 한다.
가능한 군사 옵션이 하나 더 있다. 미국은 ‘제한된 경고 타격’을 검토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매력적인 옵션이지만 평양이 어떻게 대응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다.
궁극적으로 한·미 동맹의 전략은 북한의 협박, 도발 혹은 무력 사용에 대한 억지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북한의 위협이 보다 심각해진 점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억지와 봉쇄가 작동하는 시한(時限)이 있는 건 아니다. 애초에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외교적 해결 또한 시간이 촉박한 게 아니다. 궁극적으로 시간은 한국과 미국 편이다. 양국은 과거에 많은 심각한 위협을 이겨낸 강력한 민주국가다. 결국 북한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우리의 힘을 강화하고 북한이 지렛대로 사용하기를 희망하는 패닉 상태를 회피하는 것이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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