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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간호사 출신 실향민 인광삼씨 "북녘 땅 언니들 만나려 평화열차 참가 평양 통과 기도 이뤄졌으면.."

바람아님 2013. 10. 15. 22:47
    지난 8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베를린 화해교회 앞, 초로(初老)의 동양계 여인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교회 앞

광장에는 독일 분단 당시 베를린장벽을 넘어오다 목숨을 잃은 이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그녀는 "이북에 있는 우리 조카들

이 한국에 오려면 이렇게 목숨을 걸어야 할 것만 같아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국계 독일인 인광삼(64·여)이라고 밝힌 그를 12일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다닐로브스키 수도원 정원에서 다시 만났다. 이날도

그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 계신 어머니는 북에 있는 언니들을 만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계신다"며 "새벽마다

언니들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녀의 어머니 이순찬씨는 올해 95세다.

 

 

 

황해도 황주에서 1949년에 태어난 인씨는 51년 1·4후퇴 때 어머니 등에 업혀 남쪽으로 내려왔다. 당시 6살, 4살이었던 두 언니

는 외할머니댁에 피신해 있어 함께 내려오지 못했다. 이 때 생이별한 언니들을 다시 만나는 게 인씨의 가장 간절한 소망 중 하나

가 됐다.

67년 간호학생으로 독일에 온 인씨는 72년 한국에서 교편을 잡다 광부로 파독된 남편과 결혼해 두 자녀를 낳았다. 독일에서

안정된 삶을 살았지만 언니들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제3국을 통해 방북하려던 시도가 무산되자

인씨는 89년 독일 국적을 취득했다.

91년 9월 마침내 독일교회를 통해 북한을 방문, 두 언니를 만나 하루를 같이 보냈다. 인씨는 "사진조차 없었는데, 큰언니는 한국

에 있는 가족과 외모와 성격이 똑같아서 한눈에 알아봤다"며 "언니들이 나를 안고 밤새 흐느꼈다"고 말했다. 2005년에는 황해북

도 사리원의 한 호텔에서 언니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인씨 가족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몇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부산까지 평화열차 일정에 동참하는 인씨에게 북한통과는 평화통일이라는 거창한 주제가 아니라 생이별했던 가족과의 재회라

는 현실적 소망이다. 인씨는 "(북한 경유가) 어렵다고 하는데, 어떻게든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기대를 놓지 않았

다. 그는 이어 "언니들이 한국의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가장 두렵다"며 "최근 무산된 이산가족상봉행사가 꼭 다시

열려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니가 언니들 손을 잡아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