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4.13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강 건너편에 난 불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우리와 중국은 차이를 드러낸다.
한국인들은 이를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관용구로 표현할 때가 많다.
안에 담긴 뜻은 '나와 관계없어 무관심하게 바라보는 일'이다.
중국은 '격안관화(隔岸觀火)'다. 속뜻은 우리와 매우 다르다.
우선은 관망(觀望)이다. 사태의 추이를 냉정한 눈으로 지켜보겠다는 자세다.
이어 불이 번져 어떤 상황이 내게 닥칠지 주목한다.
남의 집이 불에 타 없어지는 일은 상관하지 않는다. 아울러 상대를 돕는 행위는 마음에 없다.
다음에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를 먼저 따진다.
중간에서 제 힘들이지 않고 얻는 이익, 즉 '어부지리(漁父之利)'에 더욱 관심을 둔다.
성벽을 쌓고 올라서서 사태를 관망한다는 뜻의 '작벽상관(作壁上觀)',
산 위에서 호랑이 두 마리의 싸움질 결과를 지켜보는 '좌산관호투(坐山觀虎鬪)'도 같은 맥락이다.
냉정한 방관자의 입장이면서 집요한 '셈(算)'의 자세가 돋보인다.
그런 셈의 전통은 중국에서 유구하다. 우선 묘산(廟算)이라는 말이 눈에 띈다.
춘추시대 이전인 주(周)나라 때 자리 잡은 일이다.
왕실 조상의 신위를 모신 묘당(廟堂)에서 세우는 책략이라는 뜻이다.
싸움에 나서기 전 임금과 신하가 구성하는 전략과 전술인 것이다.
셈을 할 때 사용하는 산가지(籌)를 늘어놓아 책략을 구성한다고 해서 운주(運籌)로 적기도 한다.
그런 셈과 모략의 전통이 '손자병법'에서 '삼십육계'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흐르는 곳이 중국이다.
알을 밀어올리거나 내려 거침없이 셈을 하는 주산(珠算)이 중국의 발명품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비핵화의 이슈로 한반도가 뜨겁다.
압록강 건너편에서 이곳을 바라보며 김정은을 베이징으로 끌어들인 중국의 셈법이 관심사다.
자유와 민주라는 가치(價値·value) 체계에서 북한을 상대하는 우리에게 집요한 이해타산의 중국은 경계의 대상이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조선일보 2018.01.26 ~ ) |
[1] 皇帝와 붉은 자본가 (조선일보 2018.01.26) [3] 皇帝와 順民/ [4] 대륙의 風雨 (조선일보 2018.03.02 & 16) [5] '策士'와 대항마 (조선일보 2018.03.30) [6] 중국式 '냉정한 불 구경' (조선일보 2018.04.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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