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4.27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쉬샤오둥(徐曉東·사진 오른쪽)이라는 39세의 중국인 남성이 있다.
별명은 '격투기 광인(狂人)'이다. 지난해 5월 중국 태극권(太極拳)의 유명 무술인
웨이레이(魏雷)에게 도전장을 냈다. 결과는 싱거웠다.
20초도 지나지 않아 태극권은 격투기에 무참하게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올해 3월 쉬샤오둥은 다시 영춘권(詠春拳)에 도전장을 냈다.
영춘권은 세계적인 쿵푸 스타 '브루스 리', 즉 이소룡(李小龍)으로 인해 유명해진
중국 권법이다. 이 시합 또한 싱겁게 끝났다. 영춘권 고수는 줄곧 도망만 다니며 얻어맞았다.
중국이 자랑하는 전통 무술이 위기다. 그러나 사실은 요즘 두드러진 현상이 아니다.
1974년 중국의 쿵푸와 태국의 킥복싱이 맞붙었다.
당시 언론 보도는 "쿵푸 선수는 길면 2분 20초, 짧으면 20초를 버티지 못했다"고 전했다.
1954년에는 중국 남부의 전통 무술 백학권(白鶴拳)과 태극권이 맞붙었다.
발로 낭심 차기 등 동네 왈패 수준의 주먹질만 벌여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1928년 400여 명의 '고수'들이 모여 벌인 무술 시합에서는 얼굴 물어뜯기, 상대방 안고 구르기 등의
졸전만을 거듭해 비난에 휩싸였다.
손에서 강력한 바람이 나가 상대를 날려버린다는 장풍(掌風)이 있고, 물 위를 걸어 다닌다는 경공(輕功)도 있다.
손에서 불을 내뿜는 화염장(火焰掌)이 있는가 하면, 사람을 밀치기만 해도 멀리 튕겨 나가게 하는 금강권(金剛拳)도 있다.
겉으로만 보면 중국 무술은 이렇듯 요란하다. 그러나 다 허풍이다.
그런 가식과 허상을 다시 깨부순 쉬샤오둥이라는 인물이 그래서 새삼 화제다.
내실보다는 겉치레에 힘을 쏟는 중국 전통문화에 당당하게 도전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런 포장(包裝)에 능하다. 전쟁의 참혹함을 영웅들의 패권 로망으로 엮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도둑과 강도들을 충절(忠節)로 각색한 '수호전(水滸傳)'이 대표적이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그 포장만으로 중국을 보는지 모른다.
포장지를 뜯고 그 안을 찬찬히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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