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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공산당 천하 중국에선 '중국식 경영'으로 승부하라

바람아님 2018. 4. 25. 08:34


중앙일보 2018.04.24. 00:18


중국서 사업하다 숨진 한국인 수
수교 이래 25년간 1000명 추산돼
중국시장의 폭발적 팽창 배경엔
공산당과 실용주의 사고가 작용
극중의 지혜 터득해 중국 다루는
'중국식 경영'의 특수 전략 절실해


중국시장은 게임의 룰 제정자인 중국 공산당의 집정이념과 정책설계, 그리고 중국인의 실용지상주의 사고를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중국식 경영’은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과 수익을 중시하는 ‘미국식 경영’, 조직의 유연함에 책임감이 강조되는 ‘인도식 경영’, 오너를 중심으로 집중 전략이 추진되는 ‘일본식 경영’과는 다르다. ‘중국식 경영’은 극중(克中)의 지혜를 체득해 중국을 다루는 한국인의 기업경영 전략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자료에 따르면 한·중 수교 이래 25년간 중국에서 사업하다 숨진 한국인은 1000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에 따른 갈등마저 겹쳐 “하늘은 왜 ‘시장의 중국’과 ‘공산당의 중국’을 한꺼번에 주셨나”라는 탄식마저 나온다.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소통 곤란’이라는 네 글자로 표현하고 베이징에선 한국과의 교류를 선별하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현상도 생겼다. 문제는 앞으로도 양국 간 마찰이 빈발할 것이란 점이다. 이제 한국기업은 ‘중국식 경영’이란 특수 전략으로 무장해 제2라운드를 준비해야 한다. ‘중국식 경영’을 위해선 두 가지를 이해하고 네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우선 중국 공산당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자고로 중국은 차지한 자의 것이다. 차지한 자의 국가자산은 다른 잠재세력이 한시적으로 넘볼 수 없는 ‘정치·사회 안정기금’이다. 시대의 패자(覇者)가 누구인지를 알고 그들의 집정이념과 목표에 기업전략을 조화시키는 건 그들과 생존호흡을 함께하는 것과 같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산당 지도부의 생각을 받들어 정책을 집행하는 관료집단의 정치공학과 행동체계를 연구·분석하는 건 중국식 경영전략의 핵심이다. 이들을 관리하는 건 바로 중국과 중국인을 관리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중국의 경제발전과 일대일로를 분석하기에 앞서 중국 공산당의 ‘당사(黨史)’부터 먼저 연구해야 한다.


다음은 실용주의의 화신인 중국인을 알아야 한다. 한 국가의 정치체제는 그 민족이 선택한 결과다. 중국인은 공산당을 선택했고 이를 통해 그들 삶의 신앙과도 같은 안정과 부를 얻었다. 수많은 전란 속에서 시대의 강자를 따르며 삶을 계획하는 건 중국인이 수천 년 간 이어온 생존 철학이다.


백성들 입장에선 사회안정을 유지해 자신의 돈을 벌게 해 주는 정권이 최고다. 중국인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걸 보며 공산당의 내부안정을 확인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다. 헌법개정에 불만을 가질 수 있겠지만, 국가와 자신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한 지켜볼 것이다.


위의 두 가지 대전제는 중국시장에 리스크와 기회가 병존함을 말해준다. 리스크는 극복하고 기회는 살리기 위한 ‘중국식 경영’ 추진과 이를 위한 네 가지 실천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중국인의 실용주의를 습득해야 한다. 중국인은 타고난 장사꾼으로 돈벌이에 관해 자비(慈悲)란 없다. 중국에 ‘교활한 토끼는 구멍이 세 개다(狡兔三窟)’란 말이 있다. 한국기업은 생존과 자기보호를 위해 지금보다 훨씬 더 영악해져야 한다. 특히 대기업 오너의 중국관 재정립과 학습이 중요하다. 중국 사업의 성공은 오너에게 80%가 달려있어 중국 사업의 최대 걸림돌은 중국시스템이 아닌 한국 본사인 셈이다. 이제는 ‘현지화(localization)’가 아닌 ‘동화(assimilation)’되겠다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기술혁신이다. 안보는 타국과 동맹을 맺어 지킬 수 있지만, 기술은 아무도 거저 주지 않아 반드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기술만이 중국의 정치·사회적 리스크를 돌파하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원천기술 확보로 경쟁의 대척점에 서 있어야 한다. 한국기업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공급사슬(Supply chain) 목줄을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중국의 신세대 관리다. 향후 중국의 주력군인 신세대가 선호하는 제품은 이데올로기와 관념의 장막을 관통해 소비될 것이다. 일본과의 영토분쟁 속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사드 분쟁 기간에도 한국산 인기 소비재의 대중 수출은 100~200% 늘었다.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제품은 정치·사회적 요인과 상관없이 소비되는 것이다.

중국 신세대와 함께 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도 중요하다. ‘사업을 봉사처럼, 봉사를 사업처럼’ 수행하며 단순 이익 추구자가 아닌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조력자 역할도 해야 한다. 중국인은 어떤 가치에 오랫동안 적금을 붓고 있는 조직과 사람에게 약하다. 사회적 책임 경영은 창업(創業)보다 수성(守城)이 어려운 중국 사업에서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도의적 책임을 다하고 있음에도 음해 세력의 공격을 받는다면 그땐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기 생각을 검열하는 게 바로 사대 근성이다.


네 번째는 필드 전투형 핵심인재를 육성하는 일이다.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중국에서 인재 결핍은 사업의 고통을 가중한다. 향후 한국 정부와 기업은 단기필마로 중국에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특정 인재에게 신세 지게 될 것이다. 중국의 면면에 모두 통할 수 있는 ‘중국통’이란 존재할 수 없다. 다만 정밀하게 설계된 배양 계획으로 중국통에 근접하는 인재는 만들 수 있다.

현재 중국은 고통이 따르더라도 국민경제의 구조조정을 통해 지속발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는 한국기업에 시간과 기회가 많이 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오너는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자원을 재배치해 조직을 혁신해야 한다. 현지에 뿌리내린 ‘중국식 경영’의 달인들로부터 노하우를 흡수해 중국에 대한 혜안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중국체제의 나팔수로 ‘중국시장 천국론’을 부르짖는 중국학자의 초청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의 후진성으로 인해 경쟁국이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힘없는 파워(Power of Powerless)’를 가진 국가가 되고 있다. 자칫 ‘대한궁민(大韓窮民)’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어 경제전쟁의 마지막 보루인 기업의 깊은 사명감과 책무가 요청되고 있다. 이는 ‘중국식 경영’을 통해 중국시장을 개척해야만 하는 당위성이기도 하다.


■ ◆우진훈

「 중국인민대학에서 산업경제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6년 동안 현지에서 중국을 들여다보고 있다. 2002년부터 중·일·한(CJK) 협력포럼을 주재하고 있고, China daily에 칼럼을 쓰고 있다. 중국대학원대학(University of China Studies)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신 저서로 『중국식 경영』이 있다.         


우진훈 중국베이징외국어대학 국제상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