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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배병우] 미·중의 '기술 신냉전'

바람아님 2018. 6. 23. 08:02
국민일보 2018.06.23. 04:02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세계 경제의 리스크로 본격 부상했다. 봉합되는 듯했던 양국의 갈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승인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이에 중국도 같은 액수의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맞받았다. 미국 다우지수가 8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양국 간 무역·경제 갈등 요소는 크게 무역적자, 금융시장 개방 등 구조적 문제, ‘중국제조 2025 구상’을 중심으로 한 첨단기술 문제 등 크게 세 가지다. 중국이 대미 무역흑자를 상당 폭 줄이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해 미국이 대중 교역에서 본 적자는 3375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은 중국제조 2025를 정조준하고 있다.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는 첨단제조업 기반 육성과 기술 혁신, 녹색 성장 등을 통해 중국 경제를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중장기 산업전략이다. 고성능 의료기기와 바이오 신약, 산업 로봇, 전기차, 반도체 등 10대 핵심산업 집중 육성 계획이 포함됐다. 미국은 고율 관세대상 목록에 이 구상의 혜택을 받는 중국 기술제품을 대거 포함시켰을 뿐 아니라 중국제조 2025 산업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지 말라고 중국에 요구하고 있다.


결국 미·중 통상전쟁은 미래 패권을 잡기 위한 기술 경쟁의 성격이 강하다. 타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정치적 위험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올 초 ‘2018년 톱10 리스크’의 하나로 ‘글로벌 기술 냉전(global tech cold war)’을 선정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간 혁신기술 경쟁의 승자가 향후 수십년간 경제·지정학적 우위에 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업체의 폴 트리올리 박사는 “이번 미·중 무역갈등의 배후에는 중국의 기술 발전 계획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도 지난 4월 말 “미·중 간 무역 긴장 화약고는 IT 업계”라면서 “기술 분야에서 아직 선언되지 않은(undeclared) 신냉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배병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