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7.09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운전 중 통화 방지 캠페인, 발주처: 벵갈루루 교통경찰, 디자인: 무드라 그룹, 2010년.
통화하던 사람의 손에 들린 핸드폰에서 튀어나온 핏덩이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큰 충격에 잔뜩 찡그린 얼굴과 가슴에도
핏방울이 튀었다. 이 포스터는 한눈에 통화 중이던 상대방이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손 글씨로 '운전하는 그(그녀)와 통화하지 마세요
(Don't talk while he/she drives)'라고 작게 쓴 핏빛 문안이
운전 중 통화의 위험성을 강조해준다. 검붉은 색과 대비되는
초록색 원형 마크는 이 캠페인을 주도한 인도 벵갈루루시(市)
교통경찰의 로고이다. 2010년 4월 벵갈루루 교통경찰은
운전 중 통화는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무드라 그룹(Mudra Group)에 옥외광고 캠페인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주노 사이몬
(Joono Simon)이 이끄는 디자인 팀은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운전자뿐만 아니라 통화를 한 상대방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광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치밀하게 화면을 구성하고
색채를 계획했다. 핸드폰을 든 손과 얼굴 사이에서 퍼지는
핏자국으로 긴장감을 조성했다.
끔찍한 인명사고를 연상시키는 핏빛을 부각시키려고
화면 전체를 칙칙한 색조로 채웠다. 충격적인 사진을 활용하여
메시지를 강하게 각인시킴과 동시에 입소문이 널리
퍼지도록 했다. 운전 중 통화는 술이나 마약에 취한 것과
다름없고, 핸즈프리를 사용해도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연평균 4만8000여 건이 적발되고, 251건의 사고로 42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이 포스터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인하여 보는 사람에게 혐오감이 들게 하지만, 운전하고 있는 사람과는 절대로 통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데는 대단히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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