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77] 한여름 런던의 名所가 된 가건물

바람아님 2018. 7. 16. 08:26

(조선일보 2018.07.16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해마다 여름이면 런던의 하이드파크에 특별한 건축물이 등장한다.

2000년 서펜타인 화랑이 자선 모금 파티를 열려고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에게 의뢰하여 세웠던 특설 가건물이

큰 호응을 받은 데서 유래되었다. 매해 심사위원회가 선정한 건축가가 화랑 옆 잔디밭에 지은 가건물에서

찻집을 운영하다 가을이 깊어지는 10월이 되면 철거한다.


건축가 선정 기준은,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지만 아직 자신이 디자인한 건물이 런던에 세워진 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1년에 초대된 다니엘 리베스킨트에 이어 이토 도요(2002년), 램 쿨 하우스(2006년), 프랭크 게리(2008년),

장 누벨(2010년) 등 쟁쟁한 건축가들이 실력을 한껏 발휘하여 국제적 평판이 빠르게 높아졌다.


2018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Serpentine Gallery Pavillion), 건축가: 프리다 에스코베도 (Frida Escobedo), 2018년.
2018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Serpentine Gallery Pavillion), 건축가: 프리다 에스코베도 (Frida Escobedo), 2018년.


지난 6월 15일 개관한 제18대 건물은 멕시코의 여성 건축가 프리다 에스코베도의 작품이다. 1979년생으로 이베로아메리카나

대학교와 하버드디자인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한 에스코베도는 멕시코시티에서 건축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멕시코의 전통 건축 양식인 격자창과 중정(中庭)에서 영감을 얻어, 구멍이 숭숭 뚫린 벽으로 햇빛과 산들바람이

스며드는 안마당 같은 공간을 조성했다. 영국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려고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본초자오선에 맞추어 직육면체 건물을 지었다. 영국제 강철 프레임과 시멘트 타일로 축조됐지만 멕시코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안마당에는 온종일 빛과 그림자, 반사와 굴절의 효과가 어우러진다.

위로 살짝 들린 천장을 거울로 마감하여 하늘과 나무 등이 바닥의 얕은 연못에 반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