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7.30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
말라리아 퇴치 포스터, 디자인: 모티브, 2016년.
흔히 '학질'이라 불리는 말라리아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리면 잠복기를 거쳐 온몸이 나른해진다.
체온이 올라 오한이 나고, 땀을 흘리면 해열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두통·구역질·설사에 시달리게 되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프랑스의 세균학자 샤를 라브랑(Chalres Laveran)은 말라리아 병균을 옮기는 게
공기가 아니라 모기라는 사실을 밝혀내 1907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2차 세계대전 때 크게 창궐했던 말라리아는 DDT 덕분에 거의 박멸된 듯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늘어 2016년에만 전 세계에서 44만5000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서도
1970년대에 사라졌다가 휴전선의 모기가 늘면서 매년 환자 600여 명이 발생하고 있다.
2016년 미국 전염병연구센터(CIDR)는 말라리아 퇴치 포스터 디자인을 '모티브(Motive)'
에이전시에 의뢰했다. CIDR이 제시한 지침은 잊혔던 말라리아와의 전쟁에 다시 관심을
갖도록 1940년대의 만화책 표지 같은 분위기를 재현하자는 것이었다.
디자인 팀은 주목성이 높은 주황색 바탕 위에 모기와 싸우는 의사를 크게 대비시켜
예스럽게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만화책 제목처럼 크게 쓴 빨간색 'MALARIA'의 주변을 흰색 망점으로 처리했다. 녹색 근무복에 흰색 가운을 휘날리며
빨간색 모기를 무찌르는 의사는 나는 수퍼맨을 연상시킨다.
아래쪽에는 '궁지에 몰린 모기' 등의 문안과 CIDR 로고를 흰색으로 병기했다.
한때 없어진 듯했으나 다시 돌아온 말라리아는 물론, 후천성면역결핍증·결핵·수면병을 퇴치하려는 캠페인을 위해
4종 1세트로 제작된 이 포스터는 세트당 25달러(약 2만8000원)에 제공되어 연구기금의 확충에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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