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8.06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싱가포르의 남쪽 구릉지에 세워진 '인터레이스(Interlace) 아파트단지'는 다른 단지들과는 사뭇 다르다. '섞어 짜다'라는
의미의 '인터레이스'라는 이름처럼 이 단지는 6층 높이의 긴 건물 31개가 수평으로 서로 엮여 쌓여 있는 모습이다.
높다란 아파트들이 수직의 숲을 이룬 기존 단지와는 대비된다.
이 독특한 아파트 단지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건축사무소(OMA)'의 파트너인 올레 스히렌
(Ole Scheeren)의 작품이다. 독일 출신 건축가 스히렌은 '주택 부족의 해결'과 '공용 공간의 창출'을 목표로
아이들이 즐기는 '젠가(Jenga)'라는 블록 쌓기 놀이에서 영감을 얻어 이 단지의 디자인 콘셉트를 창안했다.
싱가포르 인터레이스 아파트 단지,
디자이너: 올레 스히렌, 2013년
젠가는 54개의 직육면체 블록들을 쌓아
18층 탑을 만든 다음, 한 손으로 블록을 한 개씩
빼내어 맨 위에 다시 쌓는 동작을 지속하되
먼저 탑을 무너뜨리는 쪽이 지는 게임이다.
인터레이스를 얼핏 보면 무질서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수직으로 솟은 아파트 단지와는
달리 여유로운 생활공간을 즐길 수 있다.
기존 아파트의 수직적인 고립을 수평적인
교류로 바꾸어 공동체의 가치를 되살린 덕분이다.
주민을 위한 정원으로 꾸며진 마당, 수영장이나
연못이 있는 공원 등 제각기 다른 특색이 있는
8개의 넓은 공용 공간이 있다.
단지 내 도로 주변에는 대나무 숲, 바비큐 파티장,
야외 헬스장 등을 배치해 주민들이 자연스레
교류와 소통을 할 수 있다.
연면적 8㏊(약 2만4200평)의 나지막한 언덕에
세워진 이 아파트 단지의 최고 높이는
25층(88.7m)이다. 다양한 넓이의 아파트
1040가구가 섞여 있다. 2007년에 착공하여
6년 만에 완공됐고, 2015년 '올해의 세계 건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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