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7.18 최보윤 기자)
친환경,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소비자가 주도하는 트렌드로 부상
의미 있는 제품 직접 찾아나서… "인간 중심적인 소비로 변화 중"
직장인 홍윤희(44)씨는 얼마 전부터 스테인리스 빨대 세트를 들고 다닌다. 빨대 안을 닦을 수 있는 솔도 함께다.
장바구니, 텀블러에 이은 이른바 '외출용 3종 세트'다.
홍씨는 "플라스틱과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기 위해 작은 것부터 바꾸고 있다"며 "주변에서도 동참하겠다고 해 알아보니
빨대 세트가 쇼핑몰에서 동날 만큼 인기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간 환경을 살리는 지속가능한 소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돼 왔다면 이제 바통은 소비자에게로 넘어가고 있다.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자)가 소비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개념 있는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엔 '#beatplasticpollution(플라스틱 오염을 이겨내자)' '#제로웨이스트' '#플라스틱제로' 등
친환경 관련 해시 태그를 단 포스팅이 5만건도 넘는다. 외신들은 이들을 '의식 있는 소비(conscious consumerism)'라고
부르며 이런 캠페인이 환경운동의 영역에서 일종의 패션처럼 각광받고 있다고 알린다.
일러스트=박상훈
과거보다 깐깐해진 소비자들이 '의미 있는 제품'을 골라내고, 환경 쓰레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소비 패턴을 바꾼다.
얼마 전 문을 연 친환경화장품 회사 솝퓨리(Soapuri)는 천연 원료를 이용한 고체 샴푸를 선보인 지 한 달여 만에
'친환경 필수템'이란 애칭을 얻었다. 고체 샴푸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을 필요 없는 비누형 제품으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회사 맹수정 대표는 "'친환경' 카테고리 안에서도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더욱 까다로운 기준으로
따져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쇼핑몰 G9에서 친환경세제 판매는 최근 한 달간 전년 동기 대비 12배 이상 늘었고, 재사용 가능한 텀블러도 11배
이상 판매가 뛰었다. 최근 '일회용품 아웃'이란 구호를 내걸고 '친환경으로 산다'는 행사를 열었는데 스테인리스 빨대 등
일부 품목은 빠르게 품절됐다.
조금 비싸더라도 기업정신이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면 소비하는 경향도 늘고 있다.
여론조사회사 닐슨이 2015년 전 세계 소비자 55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회사 제품이라면 가격이 좀 더 비싸도 지갑을 열겠다고 밝혔다. 2006년부터 멸종위기 동물 그림을
제품에 새겨넣는 화장품 '샹테카이' 관계자는 "최근 들어 관련 제품 매출이 급상승했는데, 소비자들이 나서서
동물 보호와 관련된 제품이라고 알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제품 수익금 일부는 동물보호 활동에 기부된다.
최근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소비자들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의식조사 결과 밀레니얼 소비자의 91%가
기존 구매 제품보다 좀 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제품으로 구매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소셜미디어에 적극적으로
알릴 뿐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 그 브랜드를 지원하고 키워가는 주도적인 후원자라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소비행태는 정신적 투자(mental investment)라고 불리기도 한다. 소비 트렌드가 세대 교체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 소비로 바뀐 게 2000년대라면,
2010년대에서는 인류애를 중시하는 인간 중심적인 소비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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