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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을 대화로 끌어낸 제재.. 한국이 앞장서 풀어선 안 된다/[팀장칼럼] 왜 중·러와 같은 쪽에 서려 하나

바람아님 2018. 7. 24. 08:22

[사설] 北을 대화로 끌어낸 제재.. 한국이 앞장서 풀어선 안 된다


한국경제 2018.07.23. 00:04

 

지난해 북한 경제성장률이 -3.5%로 추정된다는 한국은행 분석은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온 배경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대외교역이 전년보다 15% 급감하며 20년 만에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았던 것이다. 교역이 줄어든 이유는 물론 미국 중심의 유엔 대북제재 때문이었다.


국제 제재가 지속될 경우 북한 경제가 갈 길은 뻔했다. ‘장마당’ 확산으로 생필품 공급이 늘었고, 이로 인해 경제가 조금씩 개선돼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석탄 등 주력 수출품의 선적이 차단당하자 바로 사정이 달라졌다. 폐쇄·고립 경제의 파멸적 행보는 북한뿐 아니라 어디서라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는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북한이 비핵화 협의에 소극적인 것도 전술적 행보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 석 달간 세 차례에 걸친 김정은-시진핑 회담으로 중국이 제재에서 이탈 기미를 보이자 북한은 덜 다급해진 것이다. 대북 제재는 원유와 식량의 보급루트를 쥔 중국에 크게 좌우돼온 게 주지의 사실이다.


비핵화 후속 협의가 겉돌고 북한의 행보도 달라지면서 우리 정부가 다급해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험구(險口)’도 있었고 ‘이산가족 상봉 차질’ 으름장도 나왔다. 이럴 때일수록 북한이 대화에 나오게 된 배경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재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성공적 비핵화의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유엔 발언도 그 점을 강조한 것이었다. 더구나 미국은 북한산 석탄 반입과 금수품을 실은 선박들이 한국 영해를 제약 없이 통과한 것에 대해 우회적 경고도 보내왔다.


이런 판에도 우리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 부분적인 제재 면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대화 유지’ 차원이라 할지 모르겠으나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외교장관과 청와대 안보실장이 미국으로 달려가는 것보다 원칙을 고수하는 게 한·미 공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가시적 비핵화 전에는 제재를 풀 수 없다는 점, 최소한 비핵화 일정이라도 명확해질 때라야 제재 해제 논의도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철도, 산림녹화 등에서의 남북 간 협력 논의도 국제 제재의 흐름과 따로 가면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실질적 변화가 없는 판에 ‘제재 완화’를 외치다 오히려 우리가 제재 받는 황당한 상황이 빚어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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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왜 중·러와 같은 쪽에 서려 하나

조선비즈 2018.07.23. 06:3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한 지 6주 정도 지났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창 들뜨고 떠들썩했던 것을 생각하면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듯하다. 매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일이 척척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면 좋겠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 북한은 핵무기 폐기·해체를 위한 실질적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후속 실무 협상에도 성실히 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 정보기관과 군 당국자들은 북한이 지금도 핵능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13일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 관련 일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고 19일엔 ‘애스펀 안보포럼’에 참석해 “(북핵 1년 내 폐기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아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같은 행사에서 21일 “북한의 도발 수위가 낮아졌지만 북한은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고 핵생산 능력은 그대로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핵 협상엔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며 아예 북핵 폐기 시간표를 없애버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시간 끌기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핵화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비핵화는 일정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며 말을 바꿨다.


북한의 시간 벌기 전략은 6·25 전쟁 때 북한에서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송환하기 위한 협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군 유해 송환은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바로 이뤄질 것처럼 발표됐다. 그러나 막상 북한은 정상회담 한 달 만에 잡힌 실무회담에서 미국을 바람맞히고 유해 송환을 종전 선언 요구와 얽어맨 모양새다.


미국이 대북 제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데, 이마저도 곳곳에 구멍이 뚫려가고 있다. 이미 중국은 북·중 접경지 무역을 재개하면서 대북 제재를 완화했다. 미국과 무역 전쟁을 하는 마당에 중국이 제재 강도를 더 낮추면 낮췄지 고삐를 더 단단히 조일 거라 보긴 어렵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에서 앞장서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북한산 석탄이 줄곧 한국을 드나들며 유엔 제재를 위반했는데도 한국 정부는 이를 눈감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브리핑에서 한국의 대북 제재 예외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며칠 전 미국을 다녀온 것도 제재 이행을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가 보란 듯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재라도 빈틈없이 유지돼야 북한이 진지하게 비핵화를 할 수도 있다는 기대라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