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8.07.24. 23:41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탄도미사일 실험장인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어제 밝혔다. 해체작업이 2주 전 시작돼 상당히 진척된 상태라고 한다. 청와대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곳을 파괴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는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밝힌 뒤 취한 세 번째 조치다.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폭파했고 이어 평안북도 구성시 탄도미사일 시험용 발사대를 제거했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은 징조이고 비핵화를 위해 차곡차곡 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비핵화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40일이 지나도록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의미가 없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국방부가 어제 국회에 보고한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초소) 병력·장비 철수 계획은 우려스럽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간에 다방면에서 대화와 교류가 이어지고 있지만 안보와 관련된 군사적 조치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무역과 노동력 파견 분야에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써먹는 기만적인 수법을 소개하며 각국 기업과 개인의 주의를 당부하는 ‘대북제재 주의보’를 어제 발령했다.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어겨 패가망신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는 경고다. 이는 북·미 협상 분위기를 틈타 제재 빗장을 무력화하려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을 겨냥하고 있다. 대북제재 그물망이 느슨해진 데는 미국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는 ‘속도조절론’이 제재의 뒷문을 열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제재 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우리도 미국의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미 국무부가 “한국은 유엔 대북 해상제재 이행의 충실한 동반자”라고 했지만 우리 정부가 아슬아슬한 줄타기 곡예를 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 북한산 석탄 반입 논란도 그렇거니와 여러 분야에서 펼쳐지는 남북 교류 협력 과정에서 제재결의 위반 논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는 대북제재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굳건한 한·미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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