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진작가가 인도의 가난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찍은 사진들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출신 사진작가 알레시오 마모는 최근 월드프레스포토(World Press Photo) 재단 소셜미디어에 일련의 사진들을 게재했다. 네덜란드에 있는 이 재단은 ‘포토저널리즘’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사진에서 소년들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서 있고, 이들 앞에는 각종 과일과 고기 등으로 마련된 진수성찬이 차려져있다. 빨간색 식탁보 위에 놓인 화려한 음식들, 영양 공급이 충분치 않아 보이는 소년들의 우울한 이미지가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 사진들은 인도의 비참한 빈곤 실태를 고발하는 ‘꿈의 음식’ 시리즈로 제작됐으며,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히는 우타르 프라데시 주와 마드야 프라데시 주에서 촬영됐다. 마모는 사진과 함께 “‘사람들이 식탁에 앉아 먹고싶은 음식들을 상상해보라’고 주문했다”는 설명을 달았다.
하지만 해당 사진은 엄청난 반대여론에 휩싸였다. 아동들의 인권을 배려하지 않고, 단지 주목을 끌기 위해 ‘충격적인 이미지’만 부각시킨 이른바 ‘빈곤 포르노’의 일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빈곤 포르노’는 통상 국제구호단체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어린이를 돕자”며 앙상한 뼈만 남은 아동들을 클로즈업해 모금을 유도하는 방식을 비판할 때 자주 거론되는 용어다.
특히 사진에 나온 음식들이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모형으로 알려지면서 조롱 논란까지 일으켰다. 해외 온라인에선 “재단과 사진작가가 자신들의 이기심과 수상을 위해 윤리를 저버린 행위를 저질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마모는 입장문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그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대다수 주민들은 극도의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인도 인구 중 약 3억명이 하루 1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살아간다”면서 “매년 5세 미만 아동 210만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나라가 인도”라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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