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달이 예뻐서 사진 찍으려는 순간 비행기 지나가 행운"

바람아님 2018. 7. 7. 08:32
문화일보 2018.07.06. 16:30

NASA ‘오늘의 사진’ 선정 화제

서울시교육청 천문대 김지훈씨

인문학 전공하다 천문학 관심

“아이들에게 꿈 심어 주려 촬영”

한국인으론 역대 세 번째 뽑혀


한국 ‘아마추어 과학자’의 사진 한 장이 지난 3일 미국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오늘의 천체사진(APOD)’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작품은 ‘달 앞의 비행기’(큰 사진). 김지훈(30·작은 사진) 서울시교육청 과학전시관 천문대장의 작품이다.

지구 대기권을 벗어난 곳도 아닌 일상생활의 현장에서 찍은 사진치고는 달이 선명하게 표현됐다는 게 선정 이유다. 나사는 이 사진에 대해 “달 표면이 매우 상세하게 드러나 있고, 한 컷에 담기 어려운 두 피사체를 정확한 타이밍과 적절한 노출로 촬영해 자세하게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김 천문대장은 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밤하늘 달이 예뻐서 찍고 싶었는데 지난달 21일 시 교육청 과학전시관 천문대에서 우연히 그 시간에 날아가던 비행기가 있어 달 앞을 지날 때 셔터를 눌렀다”고 밝혔다. 김 천문대장은 “저도 처음엔 막연한 동경으로 천문학을 시작했는데 더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이번 사진도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싶어 천문대에서 찍었다”고 설명했다. 오늘의 천체사진 선정은 한국인으로서는 권오철 사진작가, 오준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이후 세 번째다. APOD는 전 세계에서 보내는 수많은 작품사진을 엄정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치열하다.


김 천문대장은 사실 인문학 전공자다. 하늘에 반짝이던 물체를 보고 ‘저게 위성일까, 별일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을 품은 후 천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김 천문대장은 천문대를 찾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별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아이들에게 각 행성의 이름과 별빛이 눈에 보이기까지의 원리를 설명해주면 정말 신기해한다”며 “궁금해하는 부분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아이들이 이해하는 모습을 보면 직업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천문대장은 천문학을 비롯한 과학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떨어지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우주나 천문학에 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데 시내에서 멀지 않은 천문대를 자주 찾으며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