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018.06.27. 17:41
사과는 인간에게 과일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브의 사과는 인간을 에덴에서 추방시켰고, 뉴턴의 사과는 인류의 세계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리스 신화 속 황금사과는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고 세잔의 그림 속 사과는 현대미술로 들어서는 출발점이었다. 그래서 예술가가 사과를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자신만의 미학과 세계관을 자신있게 보여주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사진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사진가 박재호 씨의 ‘사과에 대한 집착(Obsession in Apple)’ 연작의 하나다.
누르스름한 삼베 위에 강렬한 색의 사과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장면은, 컬러로 보이지만 흑백 사진에 파스텔로 정교하게 채색한 작품이다. 사진과 회화라는 두 장르의 경계에 서 있는 것이다. 사진에 채색을 했으니, 우리에게 보이는 이 사과들은 사실이면서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사진이기도 하고 그림이기도 하고 진짜이면서 가짜인 것이다. 그래서 평범한 정물로 보이지만, 내 것과 네 것,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데 익숙한 우리에게 철학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文學,藝術 > 사진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이 예뻐서 사진 찍으려는 순간 비행기 지나가 행운" (0) | 2018.07.07 |
---|---|
피카소에 영감 받은 22세 아티스트가 창조한 세상 (0) | 2018.07.05 |
[조용철의 마음 풍경] 장맛비 (0) | 2018.07.02 |
[사진이 있는 아침] 푸른 그물에 담긴 '태국의 미소' (0) | 2018.06.29 |
[조용철의 마음 풍경] 논개의 꽃 (0) | 2018.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