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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은 숨길수록 덧난다/<포럼>北석탄 반입과 文정부가 자초한 不信

바람아님 2018. 8. 2. 08:10

[사설]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은 숨길수록 덧난다



중앙일보 2018.08.02. 00:13

 

북한산 석탄 반입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꼬리가 잡힌 이 사건이 사실상 근 열 달 동안이나 어물쩍 방치돼 왔다고 한다. 당국의 은폐 논란까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북한산 석탄을 실어날랐던 선박 2척이 적발된 후에도 최소 20여 차례나 우리 항구를 드나들었다는 대목에선 입을 다물 수 없다.


석탄은 원산지 꼬리표를 속이기 쉬워 어디서 캔 것인지 정확히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당국이 미국으로부터 구체적인 정보를 건네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건 물론 이후에도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특히 청와대에서 사건 조사를 맡았던 관세청 실무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는 주장까지 나와 의혹은 갈수록 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석탄 수입 초기 단계부터 정부가 묵인해 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대북제재의 대열에서 한국은 이해 당사국이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나라다. 이런 판에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물샐틈없어야 할 대북제재의 둑에 큰 구멍을 낸 셈이 됐으니 국제사회에서 얼굴을 들 수 없게 됐다.

더 걱정스러운 건 이번 사태에 얽힌 업체·은행 4곳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 중 두 금융기관은 대형 은행으로 알려져 이들의 해외 돈줄이 막히면 국민경제가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사태를 정확히 파악해 진실을 알려야 한다. 모름지기 정직이 최선의 전략이다. 더불어 이들 관련 업체와 은행들이 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도 애써야 한다. 모르고 그랬다면 적극적으로 변호해야 할 것이고 설혹 알고 있었더라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엔 끼지 않도록 뛰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 당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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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北석탄 반입과 文정부가 자초한 不信

문화일보 2018.08.01. 12:20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은 5차례의 대북 제재결의안을 채택했다. 우선 그해 3월 일차적으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안 2270호를 통해 금융거래 및 석탄, 철광석, 금, 티타늄, 희토류 등 북한의 광물거래를 제한했다. 북한의 광물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처음으로,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광물 거래를 차단함으로써 핵무기 또는 미사일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줄을 차단한다는 구상이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 직후 독자 대북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북한산 석탄을 국내에 반입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미국의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이후 비핵화 때까지 제재 지속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경협의 진도를 나가야 하는 과정에서 대북제재와 경협의 충돌 가능성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의 구상과 미국의 대북 제재가 엇박자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내 업체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북제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은 다음과 같은 후유증을 동반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정부의 대응 여부다. 북한산 의심 석탄의 국내 반입 의혹에 대해 과연 한국 정부가 얼마나 적절히 대응했는지가 국제사회의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정부가 해당 선박이 지난해 문제의 석탄 하역 당시 북한산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도 석탄의 국내 반출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인지, 막지 않은 것인지 오리무중이다. 또 이후에도 해당 선박들이 한국 영해를 수차례 드나들었음에도 억류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석탄이 국내에 반입된 절차뿐만 아니라 행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고의적인 방치(?) 여부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부 대응의 적절성 여부에 따라 대북제재를 둘러싼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받을 경우 미국과의 기업 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석탄 수입을 정부가 묵인했다면 그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작년 10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어기고 북한산 석탄 9156t을 국내 반입한 의혹을 받는 제3국 선박 두 척과 관련, 청와대와 정부가 사건 직후 그 내용을 보고받고도 4개월 넘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선박들은 이후 최근까지 총 32차례 우리 항구를 드나들었다. 하지만 정부는 올 2월 입항 때까지 선박 검색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9000여t의 북한산 석탄이 국내 어느 분야에서 소비됐는지에 따라 후폭풍이 거세질 수 있다. 국내에서 석탄이 대량으로 소비되는 업계는 시멘트나 제철, 전력 등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분야다. 해당 분야 업체들이 북한산 석탄을 수입해 소비한 것으로 최종적으로 확인되면 대북제재 위반에 따른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으로 미국 등 서방세계로의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도 있다. 한편 북한은 한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제재 동참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정부가 남북경협과 국제 제재 동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도박이다. 한·미 동맹 하에서 대북제재 위반은 양국관계를 악화시키는 중대 사안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