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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포커스] 중국도 환상 깨고 노동 개혁 나서는데..

바람아님 2018. 8. 21. 08:54

조선일보 2018.08.20. 03:13

 

해고 금지, 종신 고용 등 담은 '노동계약법' 부작용 커지자 장관이 法 비판하고 개정 착수
과도한 노동자 보호는 '자살골'
최유식 중국전문기자

"수출을 하는 가공무역 회사는 주문 물량이 있으면 종업원을 고용해 계약을 맺고 물량이 없을 땐 내보내야 하는데, 노동계약법은 이런 기업을 곤란하게 한다. 재직 노동자를 과도하게 보호하고, 취업 희망자나 저숙련 육체 노동자를 차별하는 문제도 있다. 기업은 인건비가 상승하면 신규 고용에 신중해지고, 공장을 해외로 옮긴다. 결국 누가 손해를 보나…."


2016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우리나라의 국회 격) 기자회견에 참석한 러우지웨이(樓繼偉) 당시 재정부 부장(장관)은 외신 기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중국 노동계약법을 이렇게 비판했다. 중국 거시 경제를 총괄하고 재정을 책임지는 최고위 경제 관료가 기자들 앞에서 자국 노동계약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거론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개혁·개방 이후 노사 관계를 시장 자율에 맡겨왔던 중국 정부가 노동계약법 제정에 나선 것은 후진타오 집권 후반기인 2007년이었다. 노사 분쟁에 따른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고 악화된 분배 문제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법안은 초안 때부터 논란이 적잖았다. 이 법은 10년 이상 근속했거나 세 번째 노동 계약을 맺는 노동자는 종신 고용을 의무화하고, 엄중한 규정 위반 등 중대 사유가 없는 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했는데, 노동시장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때마침 터진 산시성 벽돌 공장 노예 노동 사건이 이런 분위기를 바꿔버렸다. 무허가 벽돌 공장 업주가 미성년자와 농민 등 300여 명을 납치해 강제 노동을 시킨 사건이었다. 반기업 정서가 고조되면서 이 법은 거의 원안대로 전인대를 통과했다.


노동계약법은 기업주의 의무와 노동자의 법적 권리 등을 체계화한 의미가 있었지만, 후유증이 적잖았다. 무엇보다 경제활동 인구 감소와 맞물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 민영 기업의 연평균 임금 증가율은 12.7%에 달했다. 기업들은 임금의 30~ 40%에 해당하는 각종 사회보험 비용 부담도 떠안게 됐다. 값싼 노동력이 사라지자 중국 내 외국 기업은 줄줄이 인도, 베트남 등지로 생산 시설을 옮겼다. 중국 기업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소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했다. 파견 근로자나 일용직을 고용하거나, 대놓고 노동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식으로 법망을 피해나갔다.

민영 대기업들도 강하게 저항했다. 대표 기술 기업인 화웨이(華爲)의 런정페이 회장은 자신을 포함해 근속 기간 8년 이상인 직원 7000명이 모두 퇴직했다가 새로 취업하도록 했다. 종신 고용제가 화웨이의 성장 동력인 야성적 기업 문화를 해치고 시계를 과거 철밥통 시대로 되돌린다고 보고, 이런 식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학계와 정부 내에서도 노동계약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러우지웨이 부장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중국 전인대는 이후 노동계약법 개정에 착수해 심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농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나라에서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결코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옮기고 신규 고용을 꺼리면 손해를 보는 것은 바로 노동자 자신이라는 것이다.


국가 경제의 경쟁력에 대한 걱정도 있다. 국제시장에서 한국·일본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노동생산성을 앞질러 가는 과도한 임금 증가는 결국 자살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환상을 좇고 있는 정부 당국자들에게 이런 중국의 경험을 연구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최유식 중국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