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8.27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후지 유치원을 공중에서 본 모습(위)과 아이들이 휴식하는 모습.
대지면적 4800㎡, 건축 면적 1420㎡, 2007년.
어린이들이 노는 방식은 어른들의 생각과는 사뭇 다르다.
작은 쿠션 하나가 어엿한 목마가 되고, 책상 밑의 작은 공간이 아늑한 아지트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나름 창의적으로 해석하며 놀기 때문에 어른들의 관점에서
잘 꾸며진 놀이 시설들이 다르게 이용된다.
넓게 비워둔 공간이 더 재미있는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
일본 도쿄도(都)의 다치카와시(市)에 있는 후지유치원은 그런 어린이들의
심리와 행태를 잘 반영하여 디자인했다.
2007년 부부 건축가인 다카하루와 유이 데즈카는 500명이 재학하는 유치원
건물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았다. 두 아이의 부모인 그들은 마름모꼴인 학교 부지와
세 그루의 커다란 느티나무를 살릴 방법을 모색하던 끝에 타원형 건물이라는
콘셉트를 창안했다. 대지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도넛처럼 가운데가 뚫린
타원형 교사(校舍)이다. 교사 내부에는 벽이 없고 교실을 구분하는 것은 이동식 칸막이와 필요할 때 아이들과 교사가
직접 쌓아 올릴 수 있는 오동나무 블록이 전부다. 외벽은 모두 유리라서 안팎의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
둥글게 이어진 나지막한 유치원 건물의 옥상 전체(길이 180m)가 나무 판재로 마감되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운동장이다. 재학생들의 하루 평균 활동량이 4㎞에 달한다니 22바퀴를 도는 셈이다.
가운데 마당에서 행사라도 열리면 아이들이 옥상 난간에 둘러앉아 내려다본다. 높이 25m인 느티나무에는 아이들이
오르내리며 놀 수 있게 굵은 밧줄과 그물망을 설치했다.
후지유치원은 2017년 '모리야마 캐나다 국제건축상'을 수상했다.
이 유치원의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평범한 소도시인 다치카와시도 더불어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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