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84] 의자 하나로 어른이 될 때까지

바람아님 2018. 9. 3. 08:08

(조선일보 2018.09.03 정경원 세종대학교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은 대견하지만, 막상 커진 체격에 맞춰 의자를 골라주는 게 만만치 않네요."

자녀를 길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말이다. 요람이 설치되는 영아용 의자부터 유아용 의자를 거쳐

성인용 의자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네댓 번 바꾸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트립 트랩 의자, 규격 : 49×79×46㎝, 무게 : 7kg, 사용 가능 체중 : 110kg, 1972년.
트립 트랩 의자, 규격 : 49×79×46㎝, 무게 : 7kg, 사용 가능 체중 : 110kg, 1972년.


노르웨이 오슬로의 국립예술디자인대학 출신인 산업디자이너 피터 옵스빅(Opsvik)은 어린 아들이 성인용 의자에 앉아

식사하면서 두 발이 공중에 떠서 불편해하는 것을 보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

1972년 그가 디자인한 '트립 트랩(Tripp Trapp)'이라는 다용도 의자의 디자인 콘셉트는 의자 하나로

영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재질이 단단하여 건축재와 가구재로 널리 쓰이는 너도밤나무와 참나무 원목으로 만든 이 의자는 아이의 성장에 따라

좌판의 높이와 발판의 위치를 14단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되었다. 간단한 조작으로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식탁의 높이에 맞출 수 있어 아이들과 식사는 물론 담소와 학습 등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유아용품 기업 '스토케(Stokke)'가 제조하는 이 의자는 출시된 지 40여 년이 지난 요즘도 천연 목재로만 제작하고

무독성 수성 페인트로 칠해서 친환경 제품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독일의 제품 평가 기관인 '슈티프퉁 바렌테스트(Stiftung Warentest)'가 실시한 하이체어 테스트 결과,

편의성과 안전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고 등급인 '우수(Gut)'로 평가되었다. 총 누적 판매량 1000만 대를 넘어선

이 의자는 2018년 미국의 최고 유아용품상(賞)인 '크립시 상(Cribsie Awards)'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