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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대단한 방탄소년단/[취재일기] '자신의 긍정'을 얘기한 방탄소년단

바람아님 2018. 9. 28. 07:43

[천자 칼럼] 대단한 방탄소년단

 한국경제 2018.09.27. 00:04

       

“서울 근교 일산에서 태어나 강이 흐르고 언덕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환경에서 자랐다.”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이라면 왠지 다른 혹성에서 왔다고 해야 어울릴 것만 같다. 아니면 태생과 성장은 슬쩍 가려 일부러라도 신비감을 만드는 게 인기관리에 도움 될 것 같다. 그런데 방탄소년단(BTS)의 유엔본부 연설은 아니었다.


24세 청년, BTS를 대표한 리더 RM(김남준)은 평범한 성장기를 얘기해 더 풋풋하고 감동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 그룹’(미국 피플)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중 유일한 한국인’(미국 타임) ‘트위터 최다활동, 남성그룹 부문’(기네스)…. BTS가 거둔 성과와 기록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한국가수 최초의 빌보드 차트 1위’도 빼놓을 수 없다. 최고조의 이 슈퍼 스타들이 유엔에서 세계의 10대, 20대들에게 자신의 꿈과 좌절, 노력과 도전을 담담하게 얘기했다.


7분간의 영어 연설은 유창했다. “I was lucky that I didn't give it all up”(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나의 행운)이라고도 했고, “Yesterday’s me is still me. I am who I am with all of my faults and my mistakes”(어제의 나도 여전히 나고, 지금의 나도 결점 많고 실수도 하는 나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또래들에게 “Love yourself(스스로를 사랑하세요)”라고 말했다. 진솔했기에 더 큰 울림이 있다. 한국가수로는 유엔총회 행사장에서 처음인 이 연설은 유튜브로 지금도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담담한 성공담 자체도 좋았지만, RM의 메시지 전달력을 배가시킨 것은 유창한 영어였는지 모른다. ‘이들의 해외 토크쇼와 공연 영상을 찾아 놀 듯이 영어공부하는 10대가 늘고 있다’는 다소 성급한 기사도 보인다. 미국드라마 ‘프렌즈’를 자막 없이 반복 청취하며 배웠다는 RM식 영어독학법이 또 한 번 ‘영어학습 시장’을 흔들지 모른다.


영어 얘기 하면 뜨끔할 이들이 많다. 최근 “외교관들 영어실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강경화 장관의 질타를 받은 외교부 직원들부터 그럴 처지다. 당시 강 장관은 관련부서에 대책마련까지 시켰다. 이쯤 되면 외교관들은 어학 공부부터 하게 하고, 우선은 BTS 같은 민간 외교그룹에 기대는 게 나을지 모른다. 보름 전 방한했던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슈퍼주니어 외교’라는 표현까지 썼다.


직업 외교관들은 영어 못한다고 장관의 공개 질책을 받았고, 자력 공부한 RM은 유창한 영어로 국제무대에서 할 말 다하며 갈채를 받았다. 우리 청소년들도 RM의 유엔연설부터 한번 들어보면 좋겠다. 7분이다. ‘수저타령’은 다 털고, 스스로를 더 사랑하며 멋진 꿈을 꾸면 좋겠다. 청년들을 꿈꾸게 해보자.

huhws@hankyung.com


[취재일기] '자신의 긍정'을 얘기한 방탄소년단

 중앙일보 2018.09.27. 00:17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뉴욕 유엔본부 연단에 선 방탄소년단(BTS)은 이렇게 연설을 마무리했다. 24일(현지시간) 열린 이들의 연설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의 새로운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10~24세 청소년 투자 및 기회 확대 프로그램)’ 발표에 맞춰 마련됐다.


이날 방탄소년단이 들고나온 화두는 ‘스피크 유어셀프(Speak Yourself)’. 이는 지난해 9월부터 발표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 앨범과 11월 유니세프와 함께 시작한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의 연장이다. “진정한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캠페인 내용에서 한발 나아가 이날 연설에선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자”고 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정기 총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RM이 대표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멤버를 대표해 연설한 리더 RM(김남준·24)은 유창한 영어로 서울 근교 일산에서 태어나 어떻게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하며 성장을 멈춘 경험과 음악을 통해 자신을 되찾게 된 과정을 들려줬다.

이는 RM의 개인사인 동시에 방탄소년단의 성장사다. 이들은 각자의 경험담을 모아 “아홉 살 아니면 열 살 때쯤 내 심장은 멈췄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봐 내 꿈은 뭐였지”(곡 ‘Intro: O!RUL8,2?’ 중에서) 등 노랫말의 모티브로 삼아왔다. 연설에서 강조한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얘기해달라”는 메시지 역시 각자 고향 사투리로 랩을 선보인 곡 ‘어디에서 왔는지’와 궤를 같이한다.


이들의 노래와 연설이, 또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이 6개월 만에 모금액 12억원에 달할 정도로 호응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허한 외침 대신 자기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사랑하자”고 권하는 것이다.


이날 연설에서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1위 같은 성과를 언급하는 대신 “어제 실수했더라도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라고 말했다. 그래야 “내일의 좀 더 현명해질 수 있는 나도 나”란 것이다. 어쩌면 이는 지금의 청춘에게 가장 필요한 얘기 같다. 현재의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야말로 ‘칠포세대’나 ‘흙수저’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일지 모른다. 중소기획사에서 시작해 “희망이 없다”는 소리를 듣던 방탄소년단이 찬란하게 피어난 것처럼 말이다.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방탄소년단 UN연설 전문-SBS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