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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 '세 자루의 칼'과 창업 열기

바람아님 2018. 9. 28. 08:02

(조선일보 2018.09.28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중국인 사회에서 '세 자루의 칼(三把刀)' 이야기는 제법 유명하다.

보통은 요리용 칼[菜刀], 머리 깎을 때 쓰는 칼[剃刀], 옷감 자르고자 사용하는 가위[剪刀]를 가리킨다.

다른 한편으로는 생업의 종류를 지칭한다. 요리사, 이발사, 재단사다. 칼의 종류는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목욕 문화가 발달했던 장쑤성 양저우(揚州)에서는 손톱·발톱 자르는 칼이 꼭 나온다.

특유의 근면함으로 요리와 이발업, 옷감 재단과 목욕업 등으로 성공한 중국인의 창업 스토리에서

이 '세 자루의 칼' 이야기는 늘 입에 오른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 '세 자루의 칼'과 창업 열기


해외로 나간 화교(華僑)들이 그랬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다진 손기술과 성실함으로 화교들은 음식을 만들거나

이발업에 종사하고 혹은 옷감이나 남의 발톱 등을 매만져주면서 생업의 기반을 닦았다.


요즘에는 '세 자루의 칼' 버전이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는 '삼사(三師)'가 유행이었다.

엔지니어[工程師], 의사(醫師), 회계사(會計師)다.

최근에는 더 발전했다. 이른바 '삼가(三家)'다. 과학가(科學家), 기업가(企業家), 발명가(發明家)다.


안정적인 직업으로 지역사회의 엘리트 반열에 들어섰던 화교들이 그 수준을 넘어 명망 높은 과학자와 기업인,

발명가의 대열로 들어서고 있다는 얘기다. 농업사회의 정체적인 환경에 묶였다가 해외로 진출해 그 속박을 벗어난 것은

최근까지 화교들에게만 해당됐다.


이제는 중국 전역에서 그런 바람이 분다. 왕성한 창업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곳이 중국이다.

최근의 한 통계는 중국인의 잠재적 창업 능력이 63%에 달해 지구촌 평균(43%)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닭의 주둥이가 될지언정 소의 꼬리가 되진 않는다(寧爲鷄口, 不作牛後)'는 중국 농촌사회의 오랜 속담이 있다.

그런 문화적 심리가 작용했을 듯싶다. 제조업의 수준이 한국을 바짝 뒤쫓는다. 추월한 분야도 일부 있다.

중국 제조업에 견준 우리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살피면서 민관(民官)이 분발해야 할 때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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