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0.08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귀를 쫑긋 세운 토끼 가족이 여간 귀엽지 않다.
제각기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 크고 작은 토끼 여섯 마리가 한 세트를 이루어 더욱 볼거리가 풍부하다.
흰색 몸체에 청색 물고기 비늘 무늬를 촘촘히 그려 넣고, 눈은 검정 주둥이는 금색으로 마감하여 헝가리의 헤렌드 도자기
(Herend Porcelain)다운 품격이 느껴진다. 정교한 문양을 일일이 손으로 그려 넣은 그릇 세트로 유명한 이 회사는
개구리·고양이·개·코끼리 등 동물의 형상을 주제로 액세서리를 제작하여 수집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헝가리 헤렌드 도자기의 제품, 위: 토끼 가족 액세서리, 아래:‘ 퀸빅토리아’티세트.
1826년 설립된 헤렌드는 양질의 수제 그릇 세트를 만들어 명성을 얻었으나 자금난으로 파산했다.
1839년 공장을 인수한 모르 피셔(Fischer)는 예술미가 뛰어난 수제 도자기를 합스부르크 왕가와 유럽의 귀족 집안에
제공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1851년 런던에서 열린 첫 만국박람회에서 나비와 꽃으로 단장한 헤렌드 디너 세트가
최고상을 받자, 빅토리아 여왕의 주문으로 윈저성의 식탁을 장식했다. '퀸 빅토리아 라인'이라 불리는 이 세트는
20여 종으로 늘어났으며, 그중 '로열 가든' 세트는 2011년 윌리엄 왕자의 결혼 예물로 증정됐다.
헤렌드는 1948년 공산당 정부가 국유화한 이래 적자에 시달리다가 1989년 헝가리 민주화 이후 민영화됐다.
노사가 지분의 75%를 공유·상생하는 이 회사는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하며 2006년부터 흑자를 내고 있다.
1만6000종의 그릇 모양과 4000종의 문양을 조합하여 약 6000만 종의 디자인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모든 제품을 일일이 손으로 제작하는 게 성공 비결이다.
고객의 주문에 따라 맞춤형으로 디자인한 수제품을 높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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