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0.29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 디자인·이노베이션 )
버버리의 신(오른쪽) 구(왼쪽) 로고와 문양, 디자인: 2018년.
영국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의 로고와 문양이 달라졌다.
'진격(Prorsum)'이란 라틴어 구호가 쓰인 깃발을 들고 말 달리는 기사와
세리프체(serif type ·획의 끝에 장식이 달린 서체)로 쓴 회사 이름과 창립 연도를
조합한 예스러운 로고 디자인이 20년 만에 바뀌었다.
새로 등장한 로고는 'BURBERRY'와 'LONDON ENGLAND'를 굵은 서체로
표기하여 간결하고 강한 힘이 느껴진다.
더 큰 변화는 오랫동안 버버리의 상징이었던 체크 문양 대신 선보인 사슬 형태의
화려한 문양이다. 1856년 이 회사를 설립한 토머스 버버리(Thomas Burberry)의
머리글자 'T'와 'B'를 엮어 짠 문양이 반복되어 끝없이 이어지는 사슬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 명시도가 높은 주황색과 흰색, 버버리의 고유한 베이지색,
검은색 외곽선으로 구성되어 한눈에 잘 띈다.
이처럼 큰 변화를 이끈 사람은 지난 3월 버버리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된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지방시에서 영입된 티시는 버버리의 정체성을 혁신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회사 내 기록 보관소에서 발견한, 1908년에 디자인된 옛 로고와 문양에서 큰 영감을 얻어 디자인 콘셉트를 개발했다.
티시는 영국의 저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피터 새빌(Peter Saville)에게 그 콘셉트를 바탕으로 새 로고와 문양의 디자인을
의뢰했다. 캘빈 클라인, 랄프 시몬스 등 명품업체의 로고와 문양을 디자인한 실적이 있는 새빌은
"빈티지(오래된 구식) 같다"는 평을 듣던 버버리의 정체성을 불과 4주 만에 간결하고 세련되게 업그레이드했다.
가을 컬렉션을 눈앞에 두고 110년 전의 브랜드 정체성을 되살리는 혁신을 꾀한 티시의 과감한 도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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